| 생성에 관한 접근은 오랜 기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고대에서부터 내려오는 두 사유의 한 중요한 한 양식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이에 관련하여 우리는 존재와 생성이라는 터미놀로지를 가지고 있고 이를 지속적으로 키워 왔다.
새로 시작하는 연구테마인 [창발성의 존재론] (2007.6.- )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이 논제의 중요한 특징, 즉 자연은 생성이라고 할 때, 그 생성의 구체적인 과정, 혹은 직조화Beschaffenheit에 대한 미시적 탐구를 우리는 더욱 주요하게 다루고자 한다.
자연이 생성이라는 대 전제는 구체화되지 않으면 생성에 대한 나이브한 동경 혹은 직관적 태도가 지니는 아티큘레이션의 공허함을 노정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이유로 여기에서는 20세기 초 이래 생성의 자연에 관한 접근이 보여주는 다양한 통찰들과 성과들을 음미하며 그 공통점들을 다양한 각도로 헤아려 보고자 한다.
창발성의 존재론의 핵심적 근간이 되는 우발, 창발, 창조라는 키워드는 기본적으로 존재사유보다는 생성의 사유에 친화력과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왜냐하면 존재사유를 극단화시킬 경우에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우발, 창발, 창조는 근본적인 존재의 동일성에 포섭되거나 수렴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의 논의는 우발, 창발, 창조가, 본질의 그늘에 관한 진술이라는 소극적인 태도를 넘어서서, 이러한 터미놀로지가 함의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우발, 창발, 창조를 존재에 부수하는 비존재적인 지평이 아니라, 오히려 존재의 탄생과 직결된 본질적 터미놀로지로서 설정하고자 한다.
우발, 창발, 창조의 문제는 20세기 초부터 본격적으로 학문의 다양한 지평 속에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여기에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논의의 담론영역들을 중심으로 우발-창발-창조의 논의를 시작하고 전개하고자 한다.
1) 생성의 기하학
생성의 기하학은 추상과 구체에 대한 이질성이 성찰되지 않았던 전통적인 기하학의 대안으로서 등장한 사유방식이다. 생성의 기하학은 점을 순수사변의 기하학적 요소로 정의하지 않고 경험지평에서 정의한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점은 현실에서 출현한 일종의 추상적 사태이다. 그것은 전통적으로 자명하고 구체적인 점이었으나 이제 그것은 추상이라는 범주로 설정이 되었으며 그러므로 그 기하하학적 프로그램은 역설적으로 추상의 배후에 있는 구체적인 경험지평을 담아낼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발, 창발, 창조에 대한 논의는 20세기 초의 기하학적 프로그램과의 어떠한 접촉점을 갖게 된다.
2) 수리논리학
논리학의 가장 핵심적인 목표는, 20세기 초에 시도되었던, 수학의 논리학을 넘어서서 경험의 논리학, 즉 경험을 논리적으로 포괄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생성의 기하학과 긴밀하게 연결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논리학이 경험범주를 논리적으로 포섭하려 할 때 여러 난점들이 매복되어 있음을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 지점이야말로 논리와 생성이 어떻게 접맥될 수 있는가를 타진하는 매우 중요한 대목일 것이다. 전통적인 터미놀로지인 추상과 구체를 넘어서서, 논리계형, 준거, 재귀, 체계 라는 개념의 성찰을 요구한다.
3) 인지생물학
뒤늦게 역사적으로 출현한 생물학이라는 학문적 방법론은 살아있는 것에 대한 물질적 분석을 넘어서서 살아있는 것을 지탱해주는 패턴을 새롭게 일반화 시킨 성과가 있다. 이러한 패턴의 도움을 받아 우리의 인지, 지각, 지식, 그리고 환경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떠한 근거에서 작동하는지를 더욱 더 심도깊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러한 인지생물학에 관련된 논의는 여전히 의미가 있으며 많은 통찰을 던져준다.
4) 구성주의
경험은 본질의 반영이 아니라 개체의 구현이며 이러한 구현된 세계들의 상호주관적 관련과 역사적 누적 속에서 우리의 세계가 구성된다고 보는 구성주의 또한 우리의 논의와 중요한 접촉점을 갖는다. 본질주의에 대응하는 구성주의는 역사적으로 인지생물학의 통찰, 그리고 논리계형에 대한 반성을 통한 '관찰'에 대한 새로운 해석, 상호주관성에 대한 강조, 그리고 개체가 머금고 있는 창발성에 대한 강조가 포괄적으로 스며들어 있다.
5) 생성의 형이상학
존재는 본질이 아니라 추상이며, 존재의 배후에 잠복되어 있는 생성의 세계를 더욱 근본적으로 설정하는 철학적 프로그램들은 예로부터 있어 왔으며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생성의 문제를 다루는 형이상학적 지평에서는 우발, 창발, 창조의 문제가 대단히 핵심적인 키워드이다. 소위 형이상학의 궁극성에 비추어서 볼 때 이 관점에서는 논리학, 생물학, 구성주의라는 각각의 범주들 사이 불가피하게 얽혀 있는 부분들을 체계적으로 반성할 수 있게 하는 이점도 부수적으로 있을 것이다.
6) 창조성의 신학
신학의 역사는 신의 본질을 묻고 그 의미를 찾는 역사이기도 하다. 여기에서도 위에서 논의되었던 논점이 그대로 적용이 된다. 즉 신학의 역사, 특히 신론의 역사는 신이라는 존재와 경험지평에서 출현하는 우발-창발-창조의 체험 사이의 관계에 대한 진술과 해석의 역사이다. 창조는 신의 속성이라는 이러한 전통적인 아리스토텔레스적인 논리도식은 이제 오늘날 새롭게 해석될 소지가 있다. 사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신에 관한 논리적 도식이나 존재신학에 대한 정당성을 묻는 작업은 현대신학의 한 과제이기도 할 것이다. 특히 신과 창조 사이의 접점에 대한 다양한 성찰들과 주목들은 우리 논의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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