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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G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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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2. 질병이라는 언어




'질병'은 현실이고, 질병이라는 언어는 그 현실을 대면하는 정신의 개념이다. '질병'이 있기 때문에 질병이 있다. 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질병이라는 언어는 그 질병의 핵심으로 진입하지 못한다. 여전히 내면의 질병은 타자에게, 언어에게 개방되어 있지 않다. 죽음이 살아있는 이들에게 드러나지 않듯, 질병도 타자에게는 현시되지 않는다. 질병은 표면적으로 혹은 언어에 의해서 제한적으로 구현될 뿐이다. 오히려 질병은 언어에 폭로되지 않으며 오히려 언어의 경계를 폭로한다.

그러므로 질병에 대한 이웃의 모든 바라봄과 기록에 그 질병은 위로받을 수 없다. 차라리 타인을 또 다른 질병에 감염케 할 지언정, 질병을 둘러싼 모든 시선을 그것은 피해간다. 그 마지막 피해감은 소멸, 죽음이다.

고통의 전유, 그것은 인간의 진실한 열망이나, 그것은 불가능한 열망이다. 타인의 몸에 지닌 고통을 우리는 바라보고 기억할 수 있어도, 내가 그것을 전유할 수는 없다. 마치 타인의 죽음을 내가 공유하거나 대속할 수 없듯이 말이다. 대속하려는 의지가 순수한 대속을 뜻할 수는 없다.

질병이라는 언어는 순수한 관념의 골조 안에서 이미 조탁되어진 범주이다. 질병이라는 언어는 이미 완고하게 굳어진 피상성이다. 그 언어가 지금 불타오르는 저 질병을 묘사할 수는 있어도 불을 끌 수는 없다. 질병이라는 불과 교감할 수 있는 영혼의 유일한 무기는 언어가 아니라 그 작렬하는 불을 끝까지 대면하려 하는 맹목적인 전유의 의지이다. 언어는 의지가 사멸한 냉랭한 영혼의 혀일 뿐이다.

그러므로 질병은 일종의 침묵이다. 어떠한 감각과 지각과 언어로도 탈취할 수 없는 침묵이다. 질병 앞의 타자가 영원한 타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침묵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질병의 완고한 성격에 의존한다. 아무리 질병과 가까이 가려는 맹목적인 전유의 의지가 크다 하더라도 그것은 언제나 질병의 침묵을 깨거나 훼손할 수 없다. 질병이라는 현실이 슬프고, 질병이라는 언어가 고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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