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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G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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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16. 비감각적 지각과 직관의 문제






직관이라는 경험은 철학적 사고와 언어를 구성하는 중요한 원천이지만, 철학 자체 내부에서 직관의 문제를 심도깊게 고려하지는 않아 보인다. 오히려 예술현상과 예술체험에 대한 기술속에서 직관의 문제는 많이 논의되었다. 그리고 근대의 정신분석학과 심리학, 특히 융의 심리학에서 감각의 대립항으로 이해되어져 왔다. 융에 의하면 직관과 감각은 비합리적 기능이며 이 둘은 그 기능 안에서 대극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직관은 무의식적인 방법으로 인식을 유도하는 심리기능이라고 정의를 한다.

그러나 사실은 직관의 문제는 철학적 인식론에 있어서 적지 않은 화두를 주고 있다. 이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즉 직관을 통하여 환경과 저편의 세계를 통찰하는 관문이라는 식의 은유 혹은 문학적 언설이 아니라 직관이라는 현상이 이 실재에서 어떻게 가능한지를 검토하는 것은 형이상학의 한 과제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직관은 감각을 동원하지 않고 저 밖을 파악하는 능력과도 같다. 문제는 직관이 그저 허망한 상상력이나 환상만이 아닐 수도 있음에 대한 주목이다. 직관에 대한 맹신을 나는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직관이 하나의 구체적인 현상이고 우리의 일상체험에서 외부의 환경을 파악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채널로 기능한다면, 그것은 왜 가능한 것이고, 이러한 현상을 품을 수 있는 실재의 구조는 어떻게 가능한지를 묻는 것은 당연한 태도이다. 그것이야말로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태도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이러한 직관의 문제가 여전히 해명되기 어려운 것이라고 이해하는 이유를 다음에 두고 있다. 즉 인간은 기본적으로 정신적 물리적 구조가 증층화되고 복잡화된, 소위 하이어라키되어서 공고해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먼지와 소통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먼지와는 전혀 다른 위계의 강도와 깊이와 환경에 대한 파악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의 몸의 기본단위는 먼지와 같은 레벨로 구성이 되어 있다. 어쩌면 나의 후각세포는 먼지와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마이크로한 후각세포와 먼지 사이의 소통과 정보의 교환을 나의 뇌와 나의 의식이 파악할 때에는 이미 전혀 다른 방식으로 변형된 '사태'일 뿐이다.

내 손끝의 세포가 뜨겁게 달아오른 커피포트에 닿았을 때 전달되는 메시브한 열들은 내 의식의 단위에서는 '뜨겁다'라는 관념으로 추상화된 것이며 이미 관념화된 것이다. 내 손끝의 세포들의 그 물리적 열은 나의 뇌와 의식의 단위에서 동일하게 느끼거나 체험할 수 없다. 내 신체는 이렇게 환경의 모든 정보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사유화 하며 추상화시키는 일종의 강도를 지향하는 고등의 하이어라키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토대를 바탕으로 직관의 문제, 그리고 직관이 가능한 자연의 실재상을 검토해보자. 우리의 모든 단위는 자신 밖의 것을 사유화 하고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일종의 수용자이다. 그것은 대단히 물리적인 작용이다. 그러나 위에서 말하였듯이 우리의 감각영역과 인식의 영역, 그리고 고양된 정신성의 영역의 레벨에서는 이러한 물리적인 작용을 다시 한번 정신적으로 수용하고 해석한다. 사실 우리의 의식은 환경에 대한 매우 강도 높은 주관성을 바탕으로 환경을 해석하는 추상적 해석자이다. 의식은 자신의 고유한 패턴을 통하여 환경의 물리적 정보를 증폭하고 확대한다.

이러한 환경에 대한 물리적 수용과 정신적 증폭에 대한 오늘날의 형이상학적 가설은 4차원 시공연속체라는 물리학적 세계상을 기반으로 정립될 수 있다. 이러한 물리학적 세계상에서 우리는 동시적 세계에 존재하는 사건을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부터 배제되어 있다. 나는 절대로 몇키로 떨어진 번개소리를 동시적으로 들을 수 없다. 그것은 음속이라는 매질을 매개로 나에게 전달될 뿐이다. 나는 절대로 수광년 떨어진 별빛을 수년후에 볼 뿐, 지금 당장에 볼 수 없다.오늘날의 물리학적 세계상은 동시성의 세계를 파악하거나, 미래를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봉쇄시켰다. 사실은 이러한 관점은 대단히 합리적이며 과학적이다.

이러한 물리적 매개의 특성을 바탕으로 한 환경의 파악이 우리의 인식의 뿌리와 기반이 된다. 우리의 감성과 이성은 이러한 물리적 특성보다 훨씬 강도와 위상이 높은 범주이다. 그것은 사태의 물리적 기초에 대한 신체의 해석을 통하여 이미 완성된 정보와 연루된 기능이다. 우리는 어떠한 의미로이든 환경에 대한 신체의 해석과정 안에 개입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의식이 이 과정에 개입할 수 없다. 의식은 이 해석과정의 결과로서 기여된 것 뿐이다. 우리의 의식은 뜨거운 커피포트의 열이 매개적으로 손끝의 체세포에 맹목적으로 전달되고 그것이 신경을 타고 팔을 거쳐서 뇌에 전달되고 해석되는 과정에 개입할 수 없다. 단지 뇌에 전달된 그 순간의 사태에 대한 여러가지 동의와 해석과 거부를 의식은 가할 뿐이다.

직관은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의 매시브한 힘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기저의 물리적 환경을 직접적으로 구제하고 파악하는 매우 예외적인 비감각적 채널이다. 그것은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일 수 없으며, 오히려 본능적이거나 환경에 대한 비의식적 순응을 특징으로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직관의 체험은 위에서 말한 오늘날의 물리학적 세계상이 보여주는 4차원 시공연속체의 가설에서 어떻게 보증되고 지지될 수 있을까. 물론 물리학적 세계상에 대한 형이상학적 반성과 자연철학적 고려는 대단히 신중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물리적 세계상과 형이상학적 구상의 관계를 검토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과제이다. 아쉽게도 직관의 체험을 오늘날의 정상과학의 범주에서 논의할 수 있는 구석은 대단히 협소해 보인다. 상대성이론은 사건이라는 생성된 물리적 사태에 대한 진술과 그 일반화이기 때문에, 사건의 생성의 과정과 연루된 직관의 문제는 대단히 논하기 어려운 지점이 된다. (물론 지속 내부의 생성의 과정, 그리고 동시적 세계에 대한 비감각적 지각의 가능성에 대한 해석은 일부 진영에서 시도되고 있다). 오히려 미시세계를 다루는 양자이론은 여러 대화의 가능성과 함의를 던져준다. 이 부분은 더욱 정교하게 향후 더 논의할 것이다.

이러한 거시세계의 상대성이론과 미시세계의 양자론이라는 물리세계, 매개적 세계에 관한 가설과 유리되지 않는 어떠한 인식론적, 존재론적 체계의 구성은 여전히 중요한 것이며, 개인적으로 직관과 비감각적 지각의 논의 가능성은 우선적으로 형이상학적 반성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EPR 사고실험이나 융의 동시성이론을 실재의 아주 일반적 특징으로 과잉해석하는 면도 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존하는 물리적 세계상의 도식은 분명히 직관의 문제에 대해 거친 대답을 제공할 뿐이지만 철학적 반성, 그리고 실질적으로 이 실재의 세계를 체험하는 우리의 일상경험에 있어서 '직관'은 자명한 사태이다. 그러므로 이 사태에 대한 반성은 과학적 성과가 올바로 조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버려야 할 '공백'이 아니라, 우리의 경험세계의 지위 뿐만 아니라 우리의 형이상학적 지위속에서도 정당하게 논의되어야 할 자명한 '재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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