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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G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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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23. 소통, 의지, 대화


우리는 우리가 아는 만큼 세계와 소통하게 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스쳐도 그것은 무의미할 뿐이다. 내 몇평 방을 꿰뚫고 지나가는 수많은 전파와 무선기호는 나를 거쳐 그냥 유실된다. 나는 그 기호에 걸맞는 수신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통은 이런 의미에서 송수신기 사이의 마찰과도 같다.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한다. 이미 표현은 안의 것을 밖으로 던지려는 의지의 산물일 뿐이다. 표현은 의지의 똥이다. 이 대화의 경우 표현에 걸려 넘어지면 그가 표현하려 한 의지와 메시지는 나에게 소외될 뿐이다. 그러므로 대화와 소통의 기본태도는 무엇을 말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말하고자 하느냐에 대한 집중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영혼이 표현을 넘어 상대방으로 진입해 들어가는 정도만큼 소통하게 된다.

우리의 시각은 상대방의 눈빛과 표정을 오브제로 삼는다. 그러나 시선도 알고보면 소통의 의지가 신체화된 사건일 뿐이다. 우리의 의지는 말을 거쳐 발음으로서 공기를 매개로 저쪽으로 퍼져나간다. 소통의 의지는 이렇게 물리적인 마찰과 변형을 동반하게 된다. 의지는 헛말에 미끄러질 수 있고 혓바닥을 돌다가 미끄러질 수 있다. 그러나 소통의 의지를 완벽하게 실현할 수 있는 첨단의 장치는 우리에게 여전히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우리의 대부분의 소통은 번거롭고 탁하고 매개적인 양상일 뿐이다.

소통은 의지적이기 이전에 본능적이다. 그것은 마치 비슷한 것들은 비슷하게 섞인다는 고전철학의 유유상종에 관한 한 명제를 떠올리게 한다. 저 밖의 뜨거운 것을 보면 내 안의 뜨거운 것들이 올라온다. 저 밖의 더러운 것을 보면 내 안의 더러운 것과 공명을 일으킨다. 저 밖의 아름다운 것은 내 안의 아름다움과 교감을 한다. 정신은 이러한 소통을 소통의 체험 밖에서 지켜보는 영원한 관찰자이다. 그것은 소통의 잉여이지만 소통을 다시 자신의 방식으로 수용해내는, 영원한 소통 밖의 여인이다.

소통이 펼쳐지는 그 중간지대는 영원히 유동적이며 변화무쌍하다. 왜냐하면 소위 두 무한성에 의거한 존재가 유한한 소통공간에서 서로 잠시 유유상종하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소통은 시공간을 머금은 두 마찰의 파생일 뿐이며 일종의 열기일 뿐이다. 그것은 형식적이긴 하지만 그 형식은 오래 가지 않는다. 소통은 즉물적이지만 어떠한 즉물적 상태로도 그 소통의 의지와 기원은 환원될 수 없다.

그러므로 현존하는 소통의 사건은 궁극적으로 미래적 시간 속에서 배제 되어야만 할 것이다. 더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바닥을 치는 소통은, 뿌리끝까지 도달한 소통은, 이렇게 소통의 형식이 지니는 불완전성을 알고, 말귀를 열며, 발화의 내용보다는 소통의 의지에 대한 점근선적 육박을 통해서 가능하다. 상호 바닥을 친다는 것은 어떠한 합의를 소통속에서 이룬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 합의의 많은 경우는 양쪽의 어떠한 완고한 육질감을 확인하였다는 의미에서의 합의이다. 그 육질감의 기원은 양쪽이 그간 쌓아온 역사적 층적이다.

우리는 우리의 소통의 의지가 미치는 강도만큼 세상과 교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교감은 결국 나의 내면의 심화를 의미할 것이다. 여전히 우리의 소통은 세상과의 합일을 뜻하지는 않는다. 내가 세상이라면 거기에는 소통 자체가 존립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영원히 소통하지만 동시에 나는 영원히 남는다. 소통은 고통이지만 그것은 어찌보면 비매개적이고 직접적인 나를 상대방과의 매개적 마찰 속에서 대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으로 소통은 어찌 보면 영원한 자기애적인 행위이자 갈망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고전적 명제, Individuum est ineffabile, '개인 자체는 설명될 수 없다'는 이 절망적 사실에 대한 저항이 일종의 소통이다. 그러므로 소통의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소통의 의지는 매우 핵심적이며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홍은정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 선생님 ^^ 201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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