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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Geist
Homepage    http://theology.co.kr
제 목    24. 소통, 시공간, 믿음


안은 밖을 영상화 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순수하게 안과 밖의 마찰에 의거한 탄생이다. 이 이미지의 근거가 여하한 안에 있다고 칸트는 말했으며, 백두는 안보다는 밖이 아닌가 하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둘 모두 안과 밖의 어떠한 마찰로 인해 이미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원래 언어가 있기 때문에 실재가 존재하는게 아니다. 이러한 언어의 기원은 언제나 오해되어 온 면이 있다. 언어는 체험을 반영하는 관념일 뿐이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우리는 '정신'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안쪽의 의지에 기원하여 이미지가 탄생되거나, 밖에서 무엇인가 밀려들어와서 이미지가 탄생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안쪽의 아르키미데스 점을 상정할 필요가 있다. 바로 그러한 상정의 욕구에 의해 '정신'이라는 개념의 용법은 힘을 얻게 된다.

정신은 자연을 단층화 한다. 물론 정신은 자연 안에 존재하지만 정신은 자연을 탄생시킨다. 누군가의 용어로 예를 들자면, 능산적 자연에 대한 정신의 창출이 소산적 자연이다. 이 정신의 자연의 단층화, 자연의 창출은 바로 자연의 시공간화이다. 전적으로 '저 자연'에 대한 정신의 구획은 시공적 장을 통하여 구체화된다.

정신의 자연의 파악이 시공간화로 구현된다는 것은 그리 낯선 관념이 아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에 우리는 더욱 세련된 방식으로 정신과 자연을 가교짓는 시공간의 영역, 변형의 장소를 헤아릴 수 있게 된다. 그것은 각자가 구축한 시공간적 변형은 순수하게 과거를 근거로 한 변형이라는 자각이다. 인간의 감각은 기껏해야 과거의 정보를 수용할 뿐이다. 그러므로 내가 구축한 이 세계는 형태적으로는 영원한 자연을 시공간적으로 단층화 한 것이지만, 발생적으로는 모든 과거적인 정보를 하나로 일으켜 세운 것이 된다.

우리 각자의 눈에는 이러한 사라져간 자연의 영상이 완고하게 현재화 되어 맺혀 있다. 정신과 저 적막한 자연 사이의 틈은 이렇게 과거적인 재료에 의해 시공간화 될 뿐이다. 정신과 자연은 원초적으로 비매개적이다. 그러나 정신의 존재방식은 자연을 매개적으로 수용한다. 그 매개의 내용은 정신이 빛의 속도 안에서 수용할 수 있는 모든 과거에 대한 강렬한 수용이다. 그것은 의지적이지 않다. 오히려 자연적이고 본연적이다. 빛의 속도는 인간의 감각과 인식의 기초가 되면서, 우리 이미지와 세계를 경계 놓는다.

나의 세계는 나의 정신에 의해 완고하게 구현되어진 유리알이다. 그 유리알의 표면에는 자연이 시공간적으로 영상화 되어 있다. 유리알의 중심에는 점과도 같은 정신이 빛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저 적막한 자연은 정신의 숫자만큼 무한한 유리알을 이렇게 알뜰하게 품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유리알들 사이의 소통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만약 각자의 시공간적 모멘트를 고유하게 품고 있는 이 유리알들 사이의 정보교환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아쉽게도 이러한 고유한 frame of reference들 사이의 소통은 유리알 내부의 근본적 '변형'과는 한층 높은 차원의 위계적 '변형'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변형은 유리알 내부에 있으면서 유리알들 사이에도 존재한다.

우리의 체험은 우리가 나름대로 서로 소통하고 있다는 확인을 준다. 우리는 어제 버스역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다음 버스가 몇시인지 물어보고 소통하였다. 대화는 우리의 생생한 체험이고 소통은 비록 자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대화와 소통은 궁극적으로 자연스럽고 기계적인 것이 아니다. 이 적막한 우주가 수많은 유리알 불꽃들을 품고 있는 것은 경이롭고 신비로울런지 몰라도, 유리알들 사이의 소통은 그렇게 만만하고 쉬운 것들이 아니다.

정신은 자연을 자신의 방식으로 잠식해 들어가기 때문에, 유리알의 가운데에 점하나로 남아있는 그 아르키미데스 점은 저 밖의 유리알 또한 자신의 방식으로 수용하고 잠식한다. 그러므로 정신은 근본적으로 순수한 소통을 실현해 낼 수 없는 불치의 질병이다. 과학은 자연에 대한 정신의 순간적 잠식과 환원이라는 순간적 관계에 집중한다. 철학은 그 자연의 시선을 잉태하는 정신의 본질, 그리고 시선을 넘어서는 심연에 집중한다. 종교는 각자의 유리알들이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내 '밖'의 다른 유리알은 나의 이미지에서 왜곡되었지만 그것과 언젠가는 만날 수 있다는 근거와 소통의 가능성은 순수하게 믿음에서부터 열린다. 우리의 시선은 미래를 담아낼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시선이 점근선적으로 저 밖의 대상을 만나려는 그 근거 깊은 곳에서는 언젠가는 점근선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 존재한다. 모든 소통의 존속에는 그 소통을 넘어서 저 밖의 것과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신실한 믿음이 연루되어 있다.

사실 이러한 믿음은 정신과 자연을 매개하는 시공간적 매개, 동시성의 영역에 존재하는 나와 타자의 정신을 매개하는 인과적 매개의 동력을 넘어서서, 근본적으로 정신과 자연이 한 실재의 두 양상일 수도 있음에 대한 본성적 자각이기도 하다. 정신은 자연을 순간화 한다. 그러나 그 순간화의 과정에 정신은 진입할 수 없다. 그러나 자연은 자신을 정신속에 드러낸다. 정신이 자연과 근원적으로 닿아있지 않다면 정신의 자연에 대한 순간화도, 자연의 정신에 대한 현시도 애시당초 불가능한지도 모른다.  우리의 감각은 정신과 자연의 매개성 안에 있지만, 우리의 영혼은 이 매개성을 넘어 이 둘의 친화성을 바라본다. 물론 안쪽의 영혼은 저 밖의 자연과 궁극적으로 접히는 것인지 아니면 궁극적으로 유리된 것인지를 많은 이들은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시공간은 정신의 자연에 대한 소통방식이다. 그것은 유리알의 탄생이다. 유리알의 표면에는 세계가 이미지로 스며있고 유리알의 중심에는 영혼이라는 점 하나가 있다. 20세기의 시공간이론은 정신의 저 자연에 대한, 정신의 타자에 대한 모든 이해도 매개적이고, 독립적이며, 단절적인 것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은 여전히 저 자연과 타자를 연속적으로 수용하고 소통해낸다. 그 수용과 소통은 궁극적으로 우리 안의 자애로운 믿음에 의한 것들이다. 이러한 소통을 존속하게 하는 믿음의 근거는 정신과 자연의 기원이 일란성 쌍생아, 혹은 영원히 만날 수 없으나 서로를 영원히 마주보고 그리워하는 이란성 쌍생아와 같은 실재의 본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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