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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G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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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30. 뇌와 의식의 관계에 대하여


1.

현대문명은 여전히 신화 속에 살고 있다. 그것은 과학이라는 이름이다. 신화는 세계의 본질에 대한 원관념적 질문을 기초로 하고 있다. 과학은 이러한 원관념을 기술로 교체한 것이며, 그러므로 그것은 더욱 세련된 신화로 진화하였다. 이러한 신화는 위대하며 힘이 있다. 그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지만 인간과 세계의 근저의 원리로서 암암리에 이해되어지고 정위되어진다. 그러나 과학은 어쨌건 세련된 신화이다.

뇌와 정신의 문제를 보자. 보통 정신을 뇌의학자들은 의식의 문제로 처리한다. 그리고 뇌를 물리적 표상적 신체로서 처리한다. 뇌는 보기 쉽고 정신은 보기 어렵다. 마치 뼉다구는 엑스레이에 찍히지만 혓바닥은 엑스레이에 찍히지 않듯이 말이다. 그러나 엑스레이에 혓바닥이 안찍힌다고 혓바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예이다.

뇌와 의식의 문제는 과학의 중요한 터미놀로지와 같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몇 가지 복잡한 요소가 결부되어 있다. 뇌와 의식의 문제를 고려할 때 의식은 뇌의 산물, 혹은 의식은 소프트웨어, 뇌는 하드웨어라는 관점을 많은 경우 채택하게 된다. 이러한 뇌와 의식에 대한 정의에는 소위 물질적 관계 내부의 어떠한 '패턴'을 물질적 관계와 그 '상향' 관계 사이에 적용해버리는 난점이 존재한다. 즉 하향적 지위 내에서의 어떠한 질서를 추출해서 하향과 상향 사이의 관계에도 적용해버리는 방식이다. (물론 하향과 상향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것도 중요한 주제이긴하지만, 그것은 논외로 넘긴다.)

적어도 우리가 뇌와 의식의 문제를 고려할 때에 다음과 같은 것들은 주의해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뇌는 우리에 가깝고 의식은 우리에 먼 것이라는 상식이다. 물론 뇌는 보이니까 가깝게 여겨질 것이다. 의식은 보이지도 않고 잘 잡히지도 않으며 정형적이지 않다. 그래서 멀다고 여겨질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경우에서는 가깝고 자명한 뇌를 우선적인 토대로 하고 의식을 그 뇌라는 토대에서 작동하는 일종의 부수적 기능으로 이해할 공산이 커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여기에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뇌는 사실이고 의식은 그 사실에서 출현한 어떠한 부수적 기능일 뿐일까? 나에게 뇌 또한 일종의 '실재'에 대한 하나의 해석일 뿐이다. 그 해석은 표상성을 띈 해석이기 때문에 자명하게 보이는 것 뿐이다. 그러므로 뇌와 의식은 실재에 대한 우리의 두가지 해석내용일 뿐이다. 단지 뇌는 표상적 해석이고 의식은 그게 어려운 것 뿐이다.

또 하나의 질문이다. 뇌가 사실이라고 해석하는 그 근거는 무엇인가? 그것은 뇌 자신이 아니라 저 '실재'를 해석하는 우리 '의식'의 정의인 것이다. 그러므로 '뇌'를 뇌라고 해석하는 것은 우리의 의식과 정신이 결부되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사태가 된다.

결론적으로

1) 뇌가 의식보다 더 근원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는, 그나마 우리의 과학적 도구는 의식보다는 뇌를 더욱더 시각화하고 표상화 할 수 있다는 근거에 있다. 표상화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무엇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거나, 표상화된 것보다 부수적인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과학적 실재론'의 관점에서 보면 결코 과학적일 수 없다.

2) 더 나아가 저것이 '뇌'라고 하는 판단을 하는 주체는 소위 뇌기능과 의식기능이 복합적으로 얽혀진 우리의 '정신성'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모든 뇌와 의식에 대한 구분과 판단과 개념놀이의 근저에는 이러한 '정신성'이 결부되어 있다.

2.

과학에 있어서 뇌와 의식의 관계에 대한 방법론적 접근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의식활동은 순수하게 뇌에서 발현되는 부가적 활동인가? 아니면 의식은 뇌의 물리적 기능과 병행하거나 독립적인 활동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을 찾기 위해서 과학은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을 할 수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뇌의 소멸이 의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한 연구와 관심일 것이다. 예를 들어서 의식이 뇌의 산물이 아니라 뇌라는 신체를 빌려서 작동하는 주체적 '실체'(오해의 소지가 있지만)라고 한다면 인간의 뇌가 사멸하는 순간에 대한 치밀하고 사려깊은 관찰을 통해서 어느정도 뇌와 의식의 병행성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뇌는 의식행위의 물리적 소파이자 신체라고 한다면, 뇌의 사멸의 과정에서 소위 이 뇌와 의식 사이의 실체론적 간극에 관한 다양한 현상들을 물리적으로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사실 그러한 물리적 포착에 대한 여러 주장들도 우리는 알고 있다. 무당과 같은 사람들의 허황된 주장을 떠나서 뇌의학자의 냉정하고 합리적인 주장들도 있다. 즉 그들이 관찰한 바에 의하면 뇌는 의식이라는 것을 수용하고 포착하는 수용기이며, 의식은 뇌를 작동하게 하는 어떠한 독자적인 기능을 수행한다는 관점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딜레마가 있다. 어짜피 과학은 표상성과 인과성과 실재의 표면에 대한 관찰을 사명으로 한다. 그러나 심지어 의식이 독자적이라 하더라도 뇌와의 관계가 마감이 되고 여하한의 독자적인 생존을 한다 하더라도 그 의식과 뇌의 결별상태와 그 이후의 과정을 과학은 결코 관찰해 낼 수 없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의식이 뇌와 확실히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어떠한 독자적인 존속이라고 과학의 입에서 말하는 순간, 그것은 의식이 뇌의 망상이라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이야기로 추락될 소지가 크다.

소위 우리의 체험은 비매개적이다. 이 비매개적 체험을 도구를 동원하여 매개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은 한계가 존재한다. 물론 우리의 체험은 의식의 독자성과 정신의 독자성을 보증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매개적 수단인 실재에 대한 인과적, 합리적, 관찰자적 시선은 우리의 직접적인 체험을 그나마 점근선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서설이 될 뿐 그것이 체험의 모든 내용을 증명해 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베이트슨은 과학은 무엇을 증명하는 학문이 아니라는 도전적인 말을 하였던 것이다.

철학과 종교로 진입하면 할 수록 과학과는 달리 실재에 대한 비매개적 접근가능성과 긴밀하게 교호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체와 의식의 관계에 대하여 과학적 관점과는 다른 관점을 우리는 읽어낼 수 있다. 종교는 어떤 의미에서 이러한 생의 비매개적 체험에 대한 비매개적 진술을 궁극적으로 요청한다. 그러나 현대인은 종교와 철학 일부의 논의를 대뇌망상이라는 식으로 폄하하거나, 실재의 본성과 관계없는 정치행위로 이해하는 오류를 범한다. 이것이야말로 과학이라는 이름을 지닌 신화가 현대에게 던져준 그늘과도 같다.

결론적으로,

자연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도 정신과 의식의 이해는 중요한 기초이다. 뇌와 의식의 관계에 대한 성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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