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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G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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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35. 경험과 기하학적 변형




0. 측정의 문제

백두는 모든 측정이 인간의 현시적 지각에 제한된 측정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므로 우리의 모든 관찰과 측정은 부득이하게 실재의 표면에 제한된 것들이다. 사실 이러한 측정에 대한 회의에는 몇 가지 복잡한 문제가 결부되어 있다.

첫째, 모든 측정은 경험적 지평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모든 측정은 실재의 본성에서 구현된 경험세계 안에서의 진술이기에, 실재의 본성과는 직접적인 관계를 지니지 않는다.

둘째, 모든 측정은 인간의 신체적 조건과 분리되지 않고 오히려 신체적 조건에 의거해서 진행되는 측정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신체에 의해 구현된 실재의 측면에 대한 측정이지, 신체 구현의 근거가 되는 실재에 대한 궁극적 측정은 될 수 없게 된다.

셋째, 우리의 사태는 구체적 생성으로부터 추상화된 구현에 의거한다. 측정의 조건도 이러한 추상의 본성과 유리될 수 없다. 그러므로 측정의 조건이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이라고 할 때, 그 측정조건의 하부토대에 대한 고려 속에서 측정의 의미와 한계가 도출되어야 한다. 사막과 북극의 30센치 자로 그 양 지역의 어떠한 대상을 측정하여 동일한 길이가 나왔다 하더라도 그것이 합동이라는 근거는 30센치 자로부터 직접적으로 주워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경험과 측정이 주는 난점을 어떻게 극복하면서 소위 소통가능성과 측정가능성의 지평을 확보할 수 있을까.

만약 우리가 경험의 대상에 대한 진술의 실재론적 정당성과 근거를 조명하기 위해서는 경험의 존재론적 지위를 체계적인 전망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도식을 구성해야 한다. 경험의 대상에 대한 진술은 바로 그 경험의 근거에 대한 도식과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1. 경험과 순간

이러한 기본적인 관점에서 백두가 집중하는 것은 우리의 의식이 만들어 내는 순간Moment이다. 화이트헤드에 있어서 순간은 실재 전체가 아니라 전체의 추상이다. 또한 우리가 경험의 순간이라고 말하는 그 지점은 자연의 특화된 양상일 뿐이다. 즉 백두의 자연철학적 프로그램은 '순간'의 기저에 대한 존재론적 의미를 새롭게 복원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자연을 순간으로서 인식하는 의식, 사고, 지각은 그의 경험의 기본적인 양상에 비해서 비본질적인 것들이다. 자연이라는 궁극적 실재의 측면에서 경험 자체는 추상의 국면을 담고 있지만, 이러한 의식, 사고, 지각은 '추상화된 경험'을 다시 추상하는 국면을 담고 있다.

우리의 의식에서 명석판명하게 드러나는 상이라고 하는 것들은 경험의 기본적인 사실들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경험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파생적이고 부가적인 것들이다. 의식의 명석판명함은 그것 자체로 실재이지만 경험의 궁극성과 비교해 볼 때 진짜가 아니다.

2. 경험과 동시적 세계

실재의 경험은 어떠한 의미에서 실재와 비매개적 직접성을 공유한다. 그러나 이러한 의식과 사고와 지각, 그리고 관찰에 의해 드러난 세계는 사실 자연의 순간적인 양태만을 제시할 뿐, 어떠한 방식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정보도 제공해주지 않는다. 천년전의 빛을 본다 하더라도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저 '천년 전의' 별에 대한 영상에는 빛이 달려온 천년이라는 정보가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의 자연에 대한 순간적인 영상은 우주의 존재론적인 세계선인 '지속' 안에서, 인식론적인 세계선인 '현재화된 지속'만을 드러낼 뿐이다.

이러한 자연에 대한 순간적인 인식은 고질적으로 동시성의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의 자연에 대한 순간적인 영상은 적어도 그 자연을 바라보는 우리에게는 동시적 세계로서 구현된 것들이다. 이러한 세계는 다른 어떠한 관찰자에 의해 직접적인 인과적 연관성을 가지지 않는 나만의 동시적 세계이다.

3. 동시성의 상대성

그러나 이러한 나만의 순간적 세계는 다른 동시적 세계와 인과론적 독립성을 지닌다고 하더라도 순수하고 절대적인 독립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나의 동시적 세계는, 내 자신의 관점에서 파악한 자연이다. 그리고 이러한 순간적인 자연의 영상은, 자연이라는 실재가 허용하는 존재론적인 세계선인 '지속'의 한계를 넘어설 수가 없다. 그러므로 나의 동시적 세계는 내적으로 자유로우나 외적으로는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동시성의 상대성은 자연에 대한 개별자들의 세계의 유일회성을 지지하나 외적인 구조의 측면에서는 절대적인 자유를 포기함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동시성의 상대성이 허용됨으로서 관찰자가 자연을 '신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이 포기되었지만, 동시에 순수한 절대적인 자유의 근거도 포기된 것이다. 우리의 모든 자연에 대한 경험과 인식은 우주에 대한 상대적 관점에 의해 제한된 자유 안에서 이루어질 뿐이다. 만약 이러한 상대성의 원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세계는 극단적 일원론의 세계로 이해될 것이며, 그것은 우주에 대한 물질주의적이고 정태적인 이해에서 한 발도 넘어서지 못한 결론들이다.

4. 경험의 뫼비우스 띠

그러므로 경험이라 함은 어떠한 무한성에 의거한 단일한 우주에 대한 추상화를 뜻하며, 이러한 추상화는 우주와 자연을 순간성으로 파악함을 말한다. 주체에 있어서 주체 밖은 자연이 되지만, 사실 이 주체 밖은 메타적 관점에서 보면 다른 주체가 거하는 공간을 뜻한다. 즉 다시 말해서 주체와 자연이라는 도식의 관점에서 주체 밖은 자연이 되지만, 자연의 실재적인 여건들로 이해될 수 있는 주체들의 현실세계의 관점에서 주체 밖은 다른 복수 주체들이 된다.

즉 다시 말해서 주체들은 서로가 서로를 물고 있으며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자신의 전망속에서 추상화 하고 있는 것이다. 어짜피 어떠한 두 주체도 동일한 현실적 입각점을 공유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의 실재는 주체의 수만큼 주체 외부의 자연에 대하여 독특한 방식으로 추상화를 진행하고 있다.

5. 경험과 기하학적 변형

주체라는 '막'은 우리 각자가 자연과 우주로 와해될 수 없다는 궁극적 사태이며, 주체가 지니는 불치의 개별적 성격에 의해서 '추상'은 바로 그 주체가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체의 자연경험에서 드러나는 순간성의 양상은 적어도 실재에 대한 표면적 인식일 뿐이라 하더라도 주체의 자명한 구성사태이다. 그것은 추상이지만 자명한 사건인 것이다.

만약 우리가 주체의 '막'을 넘어선 진정한 의미의 자연에 대한 측정가능성의 문을 열고자 한다면, 거기에 요구되는 작업가설들은 다음과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우선 어떻게 신체를 지니는 '주체'는 자연을 기하학적으로 변형하여 투사하는가에 대한 과정에 대한 분석이 면밀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점은 신체성을 지니는 주체에 있어서는 동질적인homogen 사태가 아니라, 신체성의 추상화에 의거해서 대상의 관계 속에서 추상된 이질적heterogen 사태라고 정의하는 백두의 기하학적 프로그램은, 바로 이렇게 주체가 자연을 어떻게 기하학화 하는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푸는 첫 단추이다.  

백두가 아인슈타인의 공간을 이질적heterogen이라고 규정하면서 비판한 맥락도 여기에 있다. 즉 공간은 일종의 사건에서부터 추상된 사태인데 그 기저의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조명과 근거 없이 '추상화된' 공간에서부터 자신의 시공간이론을 구성하였다면, 그 공간은 백두의 눈에서 볼 때 이질적인 것이며, 이질적인 것을 체계내적으로 동질화 하지 않은 채 구성한 부적절한 이론적 구성이 된다.

6. 경험의 기하학의 의미

우리의 모든 실재에 대한 진술은 순간적, 표상적, 그리고 비본질적이라는 기본적인 관점을 백두는 기하학적 프로그램 속에서도 일관되게 적용하며, 그러한 적용의 산물은 그의 '경험의 기하학' 속에서 드러나게 된다. 동시에 몸과 엮여서 구분될 수 없는 자연에 대한 (어떤 의미에서) 변형의 영상을 질료로, 자연의 실질적인 국면을 복원하고자 하는 시도는 또한 기하학적 관계에 대한 조명속에서만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고 그는 확신하고 있다.

자연은 이미 우리의 신체에 의해 뒤틀려 이해된 이질적인 사태들인데, 어떠한 방식으로 자연이라는 실재는 주체에 의해서 뒤틀려 드러나는지를 역추적하기 위한 빗장을 그는 신체와 자연 사이의 기하학적 관계에 대한 조명 속에서 열고자 했다. 아마 그의 이러한 기하학적 프로젝트는 신체와 자연 사이의 이질성heterogen에 다리를 놓고자 했던, 대단히 독보적이고 유일무이한 스케일의 기획이었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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