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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G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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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11.1. 실재, 관찰, 변형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를 읽는다. 예전에 읽었을 때에는 표면적 이해에만 머물렀던 것 같다. 물론 이 책의 깊이와 무게를 이제 다 헤아린다는 말은 아니다. 이 책에는 실재의 구조를 해명하려는 과학자들의 열망과 철학적 반성이 있다. 특히 20세기 초의 상대론과 양자론의 대립과 갈등이 아주 실감나게 담겨 있다. 이러한 논의는 신학과 종교에게도 상당히 큰 통찰을 제공해준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여기에는 몇가지 흥미로운 대목을 기록으로 옮겨본다.

1.

"우리인류공동체가 지식과 신앙 사이의 날카로운 분열을 가지고 얼마나 존속해 나아갈 수 있을런지에 대해 나는 회의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하이젠베르크의 지식과 신앙에 관계된 주장이다. 언젠가 독일 S 교수와 긴 대화를 나눈 기억이 떠오른다. 논점은 이것이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종교를 만들고, 그 종교가 신을 만든 것은 아닌가? 라는 테제에 대한 S 교수의 반론이었다. S 교수는 종교가 신을 만든 것이 아니라 신적인 것과의 대화를 인간은 종교형성 이전에도 가져왔으며 그러한 대화의 형식이 종교라고 강조하였다. 즉 종교가 신을 만든 것이 아니라 신적인 것과의 소통이 종교를 만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종교는, 단지 인간적인 욕망이나 체제유지의 속성을 넘어선, 종교적 성정을 지닌 인간의 본연적이며 자연적 성격을 담보한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현대적 사고는 종교를 단지 하나의 체제를 위한, 욕망을 위한, 이념을 위한 부산물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날의 신앙과 지식, 종교와 과학의 대립은 겉으로 드러난 것 보다 훨씬 깊이 우리의 사고방식을 지배하고 있다는 인상을 나는 받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하이젠베르크의 지적, 즉 지식과 신앙 사이의 대립과 반목이 인류공동체에게 어떠한 의미와 해악이 되는지를 이미 문제삼은 대목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2.

"종교의 언어는 과학의 언어보다는 시적 언어에 더 가깝다."

이는 닐스 보어의 말이다. 어제 나는 일본동료 요와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여러 쟁점들이 있었는데, 바로 과학의 언어와 종교의 언어의 차이에 대한 논의였다. 나는 기본적으로 종교의 언어는 은유의 언어이며 시적인 언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종교는 실재의 본성에 대한 일종의 비매개적 지식이다. 그것은 직관적인 것들이며 신앙의 눈을 통해서 이해되는 것들이다.

종교적 이해와 체험은 언어와 매개를 넘어서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물론 종교적 이해와 체험은 물리적 언어로 예시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예시일 뿐이며 은유일 뿐이다. 예와 은유는 수단일 뿐이지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종교적 언어의 은유성과 시적 속성을, 직유로, 논리로 이해해버리는 순간 그것은 문자주의가 되며 교조주의가 된다. 종교적 의미를 논리로, 그리고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확신하는 태도 또한 문제가 된다. 과학과 논리는 종교에 대한 적절한 설명의 도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신앙은 이성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관점은, 이성이 신앙으로 환원될 수 있음을 담보하는 의미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3.

"아인슈타인, 나는 자네가 부끄럽군. 이유인즉, 마치 자네의 상대성이론을 공격하는 적대자들 처럼, 자네 또한 지금 새로운 양자이론에 대해 똑같이 논쟁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보어와 아인슈타인의 논쟁이 격렬해졌을 때 옆에 있었던 아인슈타인의 친구인 물리학자 파울 에렌페스트(Paul Ehrenfest)가 아인슈타인에게 한 말이다.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차이는 상대론과 양자론의 격렬한 대립에 있다. 아인슈타인은 주관과 결부되지 않는, 혹은 주관을 넘어서는 순수한 객관적인 진리관을 지지하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서 신은 자연계의 엄격한 질서이며 그것은 개인성을 넘어서는 자연의 객관적 사실로서 강변되어져야 할 것들이다. 그러나 보어와 그 학파의 양자론은 이러한 아인슈타인의 입장을 일견 거부한다. 즉 관찰대상에 대한 탐구에 있어서 관찰주체의 '개입'이 양자론의 중요한 핵심이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면서 객관적인 세계에 대한 강조를 강하게 주장하였다면, 보어는 신이 주사위놀이를 하는지를 확정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게 된다. 즉 객관적인 세계에 접속하는 주관적인 관점에 따라 그 진리치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어는 강조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사고방식의 차이는 사실 대단히 원형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실재론과 구성주의, 순수한 객관주의와 상호주관주의, 혹은 주관과 결부된 객관주의. 인간의 신 인식은 순수하고 객관적인 것인가, 아니면 신은 인간의 조건에 따라 자신을 특정하게 계시하는 것인가. 여러 문제가 함의되어 있다.

자신의 관점과 사상에 충실한 것은 일정정도 미덕이 있어 보이긴 한다. 그러나 자신의 소신이 과하고 집착으로까지 가게 되면 오히려 자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마저도 상실하게 될 수 있으리라는 느낌도 받았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잘못되었음을 말하는 바가 아니다. 지식의 세계에서 하나의 특정한 주제와 관점과 논리에만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어떠한 영혼의 탄력을 잃어버리는 것은 허다한 현상이다. 우리는 먹물을 가지고 있지만 먹물은 언제든지 우리를 조롱할 준비가 되어 있다.

4.

"그러나 미래의 사건에 대한 진술은 관찰자나 관측도구와 관련 없이 진술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오늘날의 자연과학에서 논의되는 각각의 물리학적인 사실관계들은 객관적인 면과 주관적인 면을 모두 지니고 있다."

이는 닐스보어의 말이다. 나는 요즘 기하학적 변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별 특이한 것들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단지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사건은 바로 안과 밖의 지향들이 만나서 마찰과 공명을 일으킨 산물이라는 가설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는 세계가 순수한 객관의 세계라는 객관주의적 망령과 순수한 주관의 투사라는 주관주의적 망령 보다는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지향하는 어떠한 힘들의 결합에 의해 우리의 세계, 사건이 구현됨을 강조하는 관점이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자연의 실재는 우리가 어떻게 쪼개서 보느냐에 따라 그렇게 쪼개지도록 구현되는 성질을 지니는 곳인지도 모른다. 마치 수박을 톱으로 자르던 식칼로 자르던 각자의 방식으로 수박은 잘리듯이 말이다. 각각 잘려진 면은 수박과 식칼의 무늬가 발현되어질 것임은 당연할 것이다.

저 컵을 관찰한다는 것은 저 컵에서 나에게 오는 광자와, 내 시선으로부터 저 컵을 향해 던지는 광자의 결합에 의해 가능한 것이다. 즉 우리의 모든 인식에는 이러한 방식의 상호작용이 결부되어 있음을 나는 개인적으로 지지한다. 절대적 객관주의는 상호주관주의로 융해되어야 할 개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험이 주관의 망상과 허상이 아니라 실재적 경험임을 우리는 보증해낼 수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관찰자의 관점에 따라 자연이 우리에게 출현한다는 가설들은 '신론'에 있어서 상당히 많은 어려움과 과제를 제시해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절대성'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신관념을 다시 한번 근본에서부터 검토하게 한다. 물론 신학은 이러한 관찰자에 의해 신이 우리에게 인식된다고 하는 아래로부터의 인식론 자체를 '계시론' 속에서 상대화시킨다. 즉 신은 자신의 의지로 자신을 계시하는 것이며 우리는 그 빛 안에서 신을 인식한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수용체'로서의 인간은 어떠한 방식으로 그 계시를 소화해 내는가. 인간 각각의 무늬에 따라 신의 계시특성은 분할되는가, 아니면 여전히 개성을 넘어선 어떠한 일반성이 관통되는가, 라는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학적으로, 직관적으로, 그리고 다종교의 상황을 역사적으로 고려해 볼 때 '신성'에 대한 각자의 문화적 컨텍스트에 따라 각각의 '신'은 등장하였으며 또한 '기독교의 신'이라는 단일한 개념 안에서도 그 신에 대한 특성과 개성과 구현방식은 다양한 전승 속에서 풍부한 색조를 띄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오히려 순수한 객관으로서의 신에 대한 논변의 영역이 점점 더 축소되어야 함을 강하게 재촉하는 듯 하다. 이러한 유한계와 무한계의 상호 역설관계를 논리적으로 돌파해내지 못하는 지점에서 신비주의는 탄생한다.

즉 신비주의는 논리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적극적 시도이다. 예를 들어 인간성과 신성이 이러한 방식으로 서로 상보적으로 맞물려 있다면 신성의 절대성과 객관성이 훼손될 것이며 이 배후에 대한 검토는 당연하게 요구될 것이다. 그러므로 유한한 인간과, 유한한 인간성과 관계맺고 있는 신을 한 계열로 놓고 그 계열의 META 계열을 에크하르트는 신성, 화이트헤드는 창조성으로 구성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연이라는 실재를 경험한다. 그 안에 존재한다. 그 실재에 대한 이해를 위하여 우리는 언어*와 논리를 짜낸다. 그러나 여전히 언어와 논리는 실재를 완벽하게 간파해내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가 완벽하게 작동한다고 믿었던 언어와 논리 자체가 실재와의 상응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 듯한 국면이다. 실재에 대한 인간의 언어와, 그 언어와 자연의 관계는 같은 레벨이 아닐 수 있음을 더 명료하게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찌 보면 언어와 논리의 내부적인 공리와 정합성만 가지고는 실재에 대한 담보와 별 관련이 없을 수 있음을 우리는 더욱 더 구체적으로 깨달아 가고 있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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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ch bezweifle, ob menschliche Gemeinschaften auf die Dauer mit dieser scharfen Spaltung zwischen Wissen und Glauben leben können.«  S.117.

2). »Die Sprache der Religion ist mit der Sprache der Dichtung näher verwandt als mit der Sprache der Wissenschaft.« S.123.

3) Einstein, ich schäme mich für dich; denn du argumentierst gegen die neue Qnantentheorie jetzt genauso, wie deine Gegner gegen die Relativitätstheorie. S.115.

4) Aber die Prognose über das zukünftige Geschehen kann nicht ohne Bezugnahme auf den Beobachter oder das Beobachtungsmittel ausgesprochen werden. Insofern enthält in der heutigen Naturwissenschaft jeder physikalische Sachverhalt objektive und subjektive Züge. S. 124.

5) 이는 신학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신학도 일종의 언어이자 매개이다. 우리의 생생한 신앙 체험에 대한 합리적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잠정적 구성작업일 뿐이다. 이러한 신학적 구성은 내부와 외부의 도움 모두를 받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신학은 소위 실재에 대한 가장 총체적인 이해양식이기 때문이다. 자연과학적 세계상과 철학적 세계상의 언어는 이런 의미에서 신학의 구성을 위한 적절한 외부요소와 원천이 된다. 자연과학의 직유는 신학의 언어를 위한 중요한 은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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