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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G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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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12. 유한과 무한에 대하여






융은 그의 문헌인 죽은자를 위한 설법에서, 죽은 자는 산 자의 몸을 그리워한다고 하였다. 토이라는 가수의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면]이라는 노래를 들었다. 이 가사에는 비존재와 존재, 소멸한 것들과 소멸하지 않은 것들 사이의 적막한 대조감과 그리움이 잘 담겨 있다.

하늘은 이미 어두운 밤이다. 어쩌면 우리의 생은 이렇게 생기 가득한 정오의 햇살과 적막한 어둠 사이에서 영원히 배회하는 것들인지도 모른다. 정오와 같은 생과 잠같은 죽음을 우리 삶은 모두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흐르는 시간 안에서 우리는 몸이 있고 정신이 있으며 영혼이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가 모든 것을 소멸케 하는 그 적막한 힘에 아직은 여전히 저항해 내는 실존임을 말해주기도 한다.

허나 이러한 몸을 지닌 존재는 지금으로부터 기껏해야 100년 전의 과거부터 100년후의 시공간적  미래 사이를 잠시 점유하는 유한하고 언제든지 소멸가능한 존재이다. 이 땅 위의 모든 삶은 지금으로부터 백년전까지 모두 사멸하였고, 백년 후에 다가올 삶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 어이없어 보이는 한계를 벗어난 예외적인 삶은 단 하나도 이 땅에 없었다.

삶이라는 유리알 안에 거하는 우리는 그 강렬한 생기 안에서 존재하는 듯 하지만 사실 그것은 무한하고 적막한 무와 죽음의 공간 안의 아주 작은 구일 뿐이다. 우리 생의 강렬함 만큼 죽음과 소멸의 음영은 몸서리칠 만큼 깊은 것들이다.

살아있는 우리는 사라지는 것들은 어딘가 홀연히 무화된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정말 모두 사라진 것일까. 단지 우리 감각의 시야계에서만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것들은 소멸하지 않고 적막한 곳에 스며든 것 뿐 아닐까. 생생한 입김보다 더욱 메시브하고 깊기 때문에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그들은 변모한 것 아닐까.

수많은 이들이 사라진 자리의 어둠은 무와 같다. 그러나 그 어둠의 공간은 비어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거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짙게 모여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있어서 어둠으로 보일 뿐이다. 부재하기 때문에 어두운 것이 아니라 거기에 다 모여있기 때문에 어두운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책을 보고, 영화를 보며, 사상의 한 줌 안에서 배회하는 이러한 우리의 삶은 사실은 이러한 소멸한 듯한 어둠에서 무엇을 부르면서 회상하고 그것과 조우하는 행위일런지도 모른다. 어둠은 언제나 삶을 그리워하고 삶으로 들어올 준비가 되어있다. 언제나 그 곳은 넘쳐있고 우리 생의 창을 두드리고 육박해 오고 있다. 그것은 일종의 힘이며 생의 입김과는 다른 방식의 생생한 활동성이다.

적막한 우주에 홀로 떠 있는 별을 생각해보자. 별은 언제나 주위를 밝히 태우고 있다. 그러나 어둠은 그 별을 고이 감싸고 있다. 마치 삶과 죽음도 이러한 별과 적막한 우주라는 환경인지도 모른다. 살아있는 별은 생생함의 강도로 주위를 압박하지만, 어둠에 쌓인 환경은 조용하지만 더 깊게 그 살아있는 별을 품고 있다.

인간의 삶은 이러한 어둠의 영역에서부터 무엇을 불러오는 상징행위이다. 어둠은 빛이 닿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삶을 위해 소여되고 상징을 불러일으키는 원초적 환경이다. 토이의 노래에 나오는, 선물했던 옷에는 헤어진 여인과의 추억이 있다. 옷은 저 밖의 사물이며 헤어진 여인과의 추억은 밝히 드러나지는 않지만 모든 사라지고 소멸된 것들이 적막하게 쌓인 그 어둠의 영역이다. 저 앞의 옷과 사라진 여인의 추억 사이의 대조는 그 음악이 값싼 감성의 폐부를 거칠게 자극하는 것을 넘어서서 우리 생에 놓여진, 살아있는 것과 사라지는 것의 교호를 말해준다.

상징은 바로 이렇게 살아있는 것에서 사라진 것을 불러일으키는 행위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의 대부분은 이렇게 저 앞의 것에서 죽은 것을 불러일으키는 행위이다. 살아있는 것과 사라진 것의 교호작용은 우리의 언어, 사유, 그리고 우리의 일반적인 체험 모두를 관통하는 것들이다.

죽은 것은 살아있는 것을 그리워한다. 그들은 저 적막한 곳에서 따뜻한 자리를 찾고자 한다. 살아있는 우리의 입김은 저 광활한 공간으로 흩어지기를 소망한다. 우리의 삶은 이러한 저 밖에서 나를 그리워하는, 그리고 저 적막한 곳을 그리워하는 두 '활동력'과 성정의 마찰과 교감과 공명이다. 이 세계의 어느 지점은 저 어둠 안에서, 태고적부터 사라진 자들과 공명하고 그 질료들을 불러오며 그들을 느낀다. 이는 상징행위이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생의 온기가 출현한다. 바로 이러한 마찰과 교감과 공명이 일어나는 지점을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영혼'이라고 불러왔다고 나는 이해한다.













토이 |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면



이젠 너를 볼 수 없기를
다시 너로 인해 흔들리는 나 되지 않기를
내게 선물했던 옷들 정리하면서
서럽게 울다 지쳐 잠든 밤 오지 않기를

너를 닮은 내 말투와 표정
그 속에서 난 너를 보고
낡은 내 전화기속엔 너의 목소리 그대론데

끝인가봐 난 여기까진듯해
영원할 수 없잖아
지쳐만 가는 날 더 보긴 안스러워 이젠
나 그만 쉴께 그래 널 보내줄께 안녕

내손엔 들린 사진위에는
내가 사랑했었던 너의 얼굴
내가 살아가는 이유였는데, 전부였는데

끝인가봐 난 여기까진듯해
영원할 수 없잖아
지쳐만 가는 날 더 보긴 안스러워 이젠
나 그만 쉴께 그래 널 보내줄께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면
어색하지만 않길
편한 모습으로 아무렇지 않게 그냥
인사하면서 그렇게 스쳐가기를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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