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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G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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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19. 정신, 환경, 실재






우리에게 매우 익숙해진 가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물질에서 의식, 자연에서 정신이 출현했다는 가설이다. 이러한 가설은 일견 정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가설은 실재에 대한 기원론적 분석일 뿐, 실재의 종합적 본질에 대한 해명에 이르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가설이다. 이러한 가설은 마치, 자동차는 수천개의 부품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산물이라는 해석과 별 다를 바 없는 의미를 줄 뿐이다. 인간 또한 알고 보면 자연의 무기적 유기적 질료들로 이루어진 덩어리이다.

아이가 정자와 난자의 결합으로 인해 탄생되었고 성장한다고 할 때 그의 정체성의 기원을 단지 정자와 난자라는 세포의 발현이라고만 해석하는 것은 지극히 물질주의적인 해석이다. 이러한 해석의 난점의 기원은 다음과 같다. 우리의 정신과 인간생명을 설명하기 위하여 그 구성의 전제로 깔아놓은 "물질", "정자", "난자" 자체가 일종의 근원적 실재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표상화된 '기호'라는 점이다. 이러한 기호는 해석되어야 할 물음이지 정신과 인간생명을 설명할 수 있는 기초적인 대답이 될 수 없다.

또 다른 관점으로 물질과 의식의 문제, 자연과 정신의 문제를 확대해보자. 거시적이고 추상적인 레벨에서 물질과 의식을 헤아려 볼 때에는 사실 물질에서 의식으로의 출현이 현상에 대한 적절한 설명력을 갖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뇌라는 어떠한 복잡다단한 세포단위들의 '무한한' 결합과 합종연횡으로 인해 우리의 의식은 점멸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이는 그 무궁무진한 뇌세포라는 단위의 결합과 소통으로 인해 우리의 의식과 정신성이 발현된다는 가설이다. 사실 이러한 가설은 어떠한 전제와 선입견 없이 주장되어지는 것 같지만, 여기에는 한번 더 깊이 생각해야할 문제가 등장한다.

예를 들어 우리의 의식과 정신행위는 우리의 내면적 체험이다. 소위 말해서 비매개적 체험이다. 나는 나로부터 나의 의식을 떼어낼 수 없다. 그것은 나에게는 직접적이고 내면적이며 동시적인 경험양식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저 밖에 있는 타인은 나의 의식에 대한 경험을 동일하게 체험해 낼 수 없다. 의식과 정신행위는 자신의 내면에서, 내면을 향하여서만 발현되는 내밀한 체험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식의 기초라고 상정되는 '뇌'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매개적 정보일 뿐이다. 뇌는 시각적이며 물리적이고 매개적 관찰 속에서 추출되어진, 그리고 이미 대상화 되어진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나의 의식은 남으로 부터 차단되어 있지만, 나의 뇌는 남으로부터 개방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남이 나의 뇌를 관찰할 때에는 어떠한 방식의 '매개'적 측정에 의거한 것이다. 뇌라는 물리적 단위의 범주와 뇌의 측정에 요구되는 매개성은 이러한 의미에서 기원이 같은 것들이다.

바로 이러한 정신의 비매개성, 물질의 매개성에 관한 실재의 양 측면을 극단적으로 강조해버리면 냉혹한 이원론적 가설로 극단적으로 추동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실질적으로 이러한 이원론적 가설, 그리고 그를 기반으로 정신의 기원을 물질로부터 추론해내는 발생론적, 진화론적 가설은 오늘날 '과학적'인 가설로 정당화 되어진다. 그러나 이것은 순수하게 '물리과학'적인 차원 이상의 의미를 얻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실재의 구조를 물리적 매개적 관찰 속에서 해명하려는 관점은 물리적인 기원에서 정신성이 출현했다고 강조하는 경향성을 지닌다. 그것이 진화론이고 물리주의이며 환원주의이다. 이것은 어찌 보면 실재를 '매개적'으로 파악한 것이기 때문에 매개성의 특징을 실재의 기초로 전제한 파악이며, 이러한 관점에서는 진화론과 물리주의와 환원주의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론이 된다.

거리에는 자전거와 자동차가 달린다. 자전거와 자동차는 인간의 물리적 특성을 활용하여 창조한 확장된 신체이다. 자전거와 자동차는 물리적 도구이지만 거기에는 환경을 자기방식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의식성과 정신성이 가미되어 있다. 사실 우리의 모든 환경은 이렇게 인간이라는 존재의 환경에 대한 주도적 변형에 의해 물들어진 확장된 신체와도 같다. 물론 이러한 확장은 오늘날 인간의 물리적 법칙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질서가 동반된 확장이다. 물리세계의 중력법칙이 지금의 이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았다면, 인류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비행기를 고안했을 것이며 엘리베이터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모든 환경은 그 물리적 여건에 인간의 정신성의 활동이 결부되어지고 채색되어진 변형의 산물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정신성이라고 우리는 이해할 수 있을까. 전통적으로 극단적 관념론의 관점에서는 정신의 실체성과 독자성을 주장하곤 하였다. 이는 철학의 문제를 넘어서서 신학의 가장 핵심적이고 궁극적인 물음이다. 그러한 가설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여러 맥락에서 요구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의 맥락에서는 이와 같은 섭스텐스로서의 정신, 완고하고 닫혀진 정신이라는 가설은 상당히 회의적으로 자리잡혀진다.

그렇다면 이렇게 어떠한 객관적이고 독자적인 실재로서의 정신을 배제하면서 우리는 어떠한 방식의 정신과 정신성을 생각할 수 있을까. 정신은 어떠한 특정한 실체와 정보와 범주가 아니라 끊임없이 소여된 어떠한 것을 넘어서는 운동성이라고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소통의 관점에서 정신을 이해해본다면, 정신은 이미 소통된 것들과 다시 소통하려는 어떠한 지향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내 안쪽의 무엇과 '내 밖'의 무엇이 서로 소통하여 나의 세계가 말끔하게 구현된다. 이러한 세계는 표상이며, 기하학적 변형이고, 저 자연에 대한 이 정신의 인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말끔하게 구현된 소통의 사태를 정신성은 다시 소통하려 한다는 것이다. 즉 소통된 것과 다시 소통하려는 무한한 운동이 정신성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정신은 관찰을 통하여 자연을 대상화 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신성 자체의 대상화가 아니다. 정신성은 이렇게 정신과 자연의 소통과 결합과 실현의 빈틈을 타고 다시 활동한다. 차라리 저 세계는 정신의 운동의 산물일 지언정 정신의 운동성 자체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더욱 정당한 주장이다. 나의 세계는 정신성의 산물일 지언정 세계가 정신성의 운동을 알 수는 없다.

그러므로 정신성은 구체적 대상이나 표상이기 보다는 구체화 하면서 그 구체성을 넘어서려는 비약과 생성과 연장의 운동과도 같다. 이러한 정신성의 운동을 실재의 물리적 측면에서만 발생적으로 분석하면 진화라는 가설이 되는 것이며 이 도식에서 정신은 단지 물질의 산물로만 이해될 뿐이다. 이는 비매개적인 실재를 매개적으로만 해석하는 오류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의 정신과 자연을 추동하면서 그 정신과 자연으로부터 차단당한 이러한 활동성을 우리는 일종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현실을 관류하면서 실재를 추동하는 어떠한 활동력과 힘이 우리 인간존재에게 구현되었을 때 그것은 정신과 정신성이라는 표현을 얻게 되는 것이다. 다른 존재에게는 그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정신과 정신성이라는 표현을 입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의 모든 표현은 안트로몰피즘의 색조를 벗어날 수가 없는 불치의 한계인 것이다.

우리의 모든 환경은 이 세계의 물리적 여건에 의거하면서 정신적 활동을 위해 안착된 확장된 인간신체와도 같다. 우리의 투사는 정신성의 영역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의 모든 물리적 환경까지도 확대되고 저 멀리까지 침윤된다. 멕루한은 기계는 인간의 확장이라고 말하였다. 우리의 맥락에서 환경은 주체의 강도를 위해 실현된 일종의 변형이다. 우리의 모든 문화는 실재에 대한 주체의 성실한 각인이며, 우리의 모든 기술은 물리적 대상에 대한 주체의 적극적 활용이다.

물질성은 측정과 관찰을 동원한 실재에 대한 해명이다. 정신성은 비매개적 측정의 산물이다. 시각과 감각은 공간화와 매개성을 기초로 한다. 그러나 그것은 다시 해명되어야 할 표상이자 암호이지 그것이 실재의 궁극적 기원이자 전제가 될 수 없다. 그러므로 하나의 추상으로서의 물질성에 구체적인 우리의 생생한 체험과 경험의 기원을 세워놓는 작업은 진정한 의미의 합리성일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개', '소통', '변형'이라는 핵심적 키워드를 주목해야 하며 이러한 토대 위에서 정신, 환경, 실재에 관한 해명을 적절하게 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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