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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G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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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45. 죽음 앞에 선 삶
3일간 장례식장에 있었다. 살아있는 자와 죽음을 앞둔 자는 3일간의 장례의 과정 속에서 헤어지는 시간을 갖는다. 살아있는 이들은 죽은 자와 함께 이 세상에서 영원히 다시 만나지 못할 이별을 한다. 죽은 자는 이 세상에 주어진 삶을 마지막으로 완성하고 마감한다. 이 세상과의 영원한 작별을 하는 시간이다.

평생 몸에 피를 돌리며 뛰었던 심장, 누군가를 사랑하며 뛰었던 그 마음, 그리고 자연을 보고 느끼고 감각하였던 신체, 그리고 희노애락의 고단한 감정이 어딘가 쌓여있을 법한 몸, 한 인생을 지탱해 왔던 몸은 불구덩이에서 활활 타오른다. 그리고 재가 되어 우리 앞에 있다.

이제 그의 신체는 이 땅의 먼지가 되었다.

이 세상 가운데 우리와 더불어 살았던 그는 어디 갔을까. 그의 고단함은, 그의 생의 기쁨은, 그의 우리를 향한 사랑의 마음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우리의 짧은 지식의 열쇠로 열 수 없는 그 문을 죽음이라는 열쇠로 열고 그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그는 우리의 마음에 있다. 그는 우리 마음에 살아있다. 그러나 그것이 죽음에 대한 유일한 대답일까. 우리도 언젠가는 그들처럼 사라진다. 그렇다면 유일한 우리의 삶과 죽음의 보증은 다가올 우리 후대의 기억과 전승일 뿐인가.

완벽하게 먼지와 가루로 해체되어 우리를 압도하는 인간의 마지막 모습에서 우리는 숨막히는 자연의 적막함 같은 것을 경험한다. 어쩌면 우리 살아있는 저 자연은 수많은 생명과 죽음이 만들어낸 바람결로 가득한 것은 아닐까.

생명을 개인 신체 단위로만 헤아리면 남는 것은 한 줌의 재, 혹은 영화의 고스트와 같은 표상이다. 생명이 물리화학적으로 완전히 해체되어 언젠가는 흩어질 먼지로 사라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생명과 죽음에 대한 유일하고 적절한 이해일까. 혹은 개인이 죽어서 어디엔가 영원히 깨지지 않는 유리알과 같은 영혼의 상태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또 얼마나 납득하기 어려운 사변인가.

인간은 사라지는 존재이다. 소멸한다. 하지만 사라지는 인간의 삶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것은 무엇인가. 인간은 신묘한 개성의 존재이다. 그러나 생명은 개인적 현상으로만 환원될 수 없는 고양된 차원의 거대한 형태 안에서 존속한다고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여러 이유로 인간과 생명을 개인 단위로만 바라본다면 거기에는 답이 없어 보인다.

우리는 얼마나 개인의 단위를 넘어서 삶과 생명과 죽음의 문제를 잘 바라보고 있는가. 왜 나와 우리는 나만을 위한 감각, 욕심, 욕망, 세계만을 자명한 것으로 생각하며 사는가. 왜 우리는 생명과 죽음, 그리고 죽음 너머의 세계에 대한 숭고하고 아름다우며 가치 있는 종교적 가치를 너무나 값싸게 다루고 있는가.

생명에 대한 자연학적, 사회문화적, 종교적인 성찰들은 더 서로가 가깝고 긴밀하게 엮여지고 직조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거기에서 소멸하는 것과 소멸하지 않는 것, 참 생명의 의미, 그리고 참 가치의 의미를 향해 우리의 지혜는 전진해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한 인간의 긴 삶이 완전히 가루가 되어 봉인된 함은, 나에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존재감을 묻는다. 죽은 그에게 살아있는 우리의 이 현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세계에서 그의 생생한 인격은 영원히 봉인되어 사라졌다. 어쩌면 우리는 이 세계도 모르고 죽음도 모른다.

남는 것은 적막하게 흐르는 자연의 무상함과 침묵, 혹은 우리 생활세계 안에 너무나도 거칠게 안착된 조잡하고 인공적인 종교적 관념들.

피조물, 생명, 죽음, 십자가, 교회, 몸의 부활, 영체, 그리스도, 사랑, 하나님은 단순한 종교적 상상력의 산물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분명 역사에서 증빙되는 인간에 대한 심오한 진술과 고백일 것이다.

저 소박한 흙에서 신성을 엿본 테이야르 드 샤르뎅은, 우주를 ‘그리스도의 사랑과 불멸’로 가득한 곳으로 고백한다. 사순절이다. 부끄러운 삶이다. 타인의 죽음 앞에 선 나에게도 그러한 지혜와 그러한 삶이 찾아들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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