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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Ge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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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46. 종말과 목적End and Ends
종말과 목적End and Ends

소멸은 생명의 자명한 현상이다. 인간은 죽는다. 나도 죽는다. 유기체는 주체의 관점에서 모두 소멸한다. 저 양산동에 세워진 비석은 소멸할까? 분명 소멸할 것이다. 자체적으로 세월의 흐름 안에서 소멸할 수도 있고, 외부의 큰 충돌(예를 들어 행성충돌)과 사건에 의해서 소멸할 수도 있다. 인간의 필요성이 사라졌을 때에도 소멸할 수 있다.

문제는 더 심각한 곳에 있다. 내가 태어난, 비석이 세워진,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지구라는 무대가 소멸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다. 그 소멸이 자발적인 노화로 인한 소멸이든, 아니면 외부적인 행성충돌, 태양과 태양계의 교란과 해체에 의거한 소멸이든. 이러한 점에서 모든 물질은 소멸의 운명을 감내한다.

신학은 이러한 '소멸의 현실'에 대하여 어떠한 섬세한 접근을 취할 수 있을까.

1. 신학은 소멸의 현실을 기반으로, 그 현실성을 잘 조명하고 그 현실성 자체를 조금 더 깊이 있게 해명하는 지혜의 언어이다. 틸리히의 방법론과 같이, 물질의 소멸에 대한 진술에서 (정)신의 불멸에 대한 '가설'의 구성은 소멸과 불멸 모두를 품고 있는 '현실'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조명을 던져줄 것이다. 이제 신의 불멸은 가설이 아니라 현실의 총체적 국면을 헤아리게 하는 없어서는 안되는 현실인 것이다.

2. 모든 물질과 생명의 기원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체적인가? 아니다. 물질과 생명의 종말이 있듯 물질과 생명의 시작이 있다. 시작과 종말은 피조물의 운명이다. 그러므로 피조물이 사라지는 것은, 피조물이 생성되는 것과 동일하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신학은 자연의 그 모든 것을 하나님의 피조물로 고백한다. 왜 나의 생명이 태어난 것에 대하여는 문제 삼지 않으며, 나의 사라짐에 대하여만 문제 삼는가. 탄생과 소멸은 결코 낯선 것이 아니다. 우주 전체가 소멸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하나님의 피조물이기에 결코 이상하지 않다.

3. 하나님은 현존하는 그 모든 것들을 전적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새창조 하신다. 그러므로 현존하는 인격, 현존하는 태양계, 현존하는 우주가 완전히 어두움 속으로 붕괴되고 사라져도, 그것은 하나님의 시선에서는 허무가 아니다. 왜냐하면 생명의 소멸을 하나님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고 창조하시기 때문이다.

4. 우리가 경험하는 4차원 시공연속체가 '현실'의 전부라 말할 수 있는가? 우리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이 현실 그 자체는 4차원 시공연속체로 포착되지만 그것이 현실의 전부인가? 여기에서 우리는 Reality is a multi-layered Unity 라는 관점을 주목할 수 있다. 하루를 열심히 살다 먼지로 해체된 하루살이에 있어 우리가 감각하는 이 현실은 그에게는 유감스럽게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생명과 우리의 우주가 완전히 소멸하여도, 마치 하루살이가 지금의 현실을 감각하지 못하듯, 우리가 감각하지 못하는 현실성은 여전히 존속할 수 있는 것 아닌가?

5. 문제는 모든 subjective immortality에 대한 인간학적이며 신학적이며 우주론적인 집착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애시당초 인간, 생명, 우주는 점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고 나타날 필요도 없었던 점이다. 그 점의 출현은 당위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 점이 소멸한다고 하여도 그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주체의 불멸, 주체의 영원한 지속에 대한 감각 속에서 '종말'의 문제를 조명하는 것은 어디인가 이상스러운 구석이 있다.

6. 하나님은 인간의 소멸과 종말과 어떠한 함수를 지니는가. 하나님은 모든 피조물의 탄생을 허락하셨고, 동시에 모든 피조물의 소멸을 허락하셨다면, 피조물의 모든 정체성은 하나님의 마음 안에서 어떻게 처리되는가. 그는 우리를 어떻게 기억하고 보존하시는가. subjective immortality의 방식인가 objective immortality의 방식인가.

7. 성서적으로 그리고 기독교신앙적으로 '죽음'과 '부활'에 대한 고백은 철저하게 불연속적인 국면이 있음을 우리는 놀랍게 발견한다. 완전히 썩어야 새로운 부활이 된다. 내가 완전히 해체가 되어야 새로운 생명으로 그것은 이월된다. 만약 성서적 전승과 신앙적 직관이 이러한 방식의 부활과 새창조를 견지하고 있다면, 종말에 대한 우리들의 답이 없는 아포리아는 결국 인격적 소멸에 대한 두려움의 정조를 기반하고 있으며 우리는 양다리를 취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성서에서 말하는 전적인 새창조와 비존재의 두려움을 우리는 어설프게 결합시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8. 죽음과 부활과 종말에 대한 '비판적 실재론'의 입장을 단단히 갖고 출발하는 것, 성서적 전승에 담겨진 이 주제에 대한 섬세하고 구체적인 주석과 성찰, 그리고 현실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넓게 접하고 주제를 심화하는 것. 이것이 인간의 종말과 하나님의 목적을 고민하는 태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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