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은 궁극적으로 물질성을 지향하고, 예술은 궁극적으로 정신성을 지향한다. 물질성과 정신성은 결코 고리타분한 표현으로 오해되지 않아야 할 것들이다. 물질성을 지향하는 과학은 실재의 깊이를 물질성의 척도 속에서 조명한다. 이러한 근거로 과학에 있어서 예술은 물질적 뇌의 작용일 수 있다.
예술행위는 사물을 통해 그 너머의 것을 표현하고 체현하려는 행위이다. 표현과 체현은 선한 것일 수도 있고 악한 것일 수도 있다. 게다가 표현과 체현은 그 당사자에게 아름다움과 심미적 감동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과 감동의 체험은 신체를 막으로 한 타자에게 쉽게 알려지지 않는다.
예술은 존재하는 사물의 사닥다리를 넘어 저 정신성으로 상향되면서, 그가 타고온 길은 망각하거나 폐기하는 관성을 지닌다. 예술적 행위는 본능적이기도 하지만 대단히 지향적이다. 과거의 체험과 행위는 기억에 남기 보다는 더욱 더 내면성과 정신성으로의 갈망에 기여된다.
과학도 이런 면에서 예술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과학은 물질과 사물에 각인된 실재의 질서를 정신성을 통하여 궁극적으로 구제하려는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과학이 예술의 기원을 물질적 뇌의 발현이라고 주장한다면, 예술은 과학의 기원을 모래 하나 하나에 그림을 새기려는 아이의 신화적 신념에 지나지 않는다고 받아칠 수 있다. 사실, 예술은 얼마든지 망상이 될 수 있으며 과학은 언제든지 신화가 될 수 있다.
과학과 예술은 실재의 본성을 타진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행위이며, 백사장의 모래를 분석하거나, 혹은 모래로 무엇을 표현한다는 면에서는 상이한 행위이다.
과학은 물질성에 빚을 진 예술이며, 예술은 영혼의 과학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