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은 자연의 재료를 자신의 육신을 위하여 소비하지만 인간은 자연의 재료를 자신의 영혼을 위하여 가공한다. 침팬치는 그가 사냥한 동물의 피부를 버리지만, 인간은 피부로 북을 만든다. 우리는 동물들이 예술적인 체험을 내면적으로 간직하고 있는지에 대해 쉽사리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예술체험은 최소한 인간의 의식적인 경험의 고양과 질과 관련된 중요한 체험이다.
우리가 시시각각 대면하고 있는 저 사물에 대한 감각적 정신적 질감의 고향은 사실 우리로부터가 아니다. 우리는 저 밖을 본다. 그러나 그 시선을 가능하게 하는 근저는 우리로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저 밖을 향해 무엇을 욕망한다면, 자연은 그 욕망에 의거하여 자신을 표면화 한다. 그것은 이성과 사고, 정신의 행위도 마찬가지이리라.
아마 예술체험은 이러한 것이 아닐까. 우리가 충족적으로 이해하고 해명하고 경험하는 이 세계의 기원이 내면이 아니라 그 경험의 근저가 되는, 우리를 감싸고 있는 저 밖의 것들에 대한 비매개적 직시가 아닐까. 분명 우리가 체험하고 경험하는 세계는 우리에게 있어서는 자족적이다. 나는 내 시공간을 탄생시키고, 그 안에서 정착하고 있으며, 적어도 내 생명이 다 할 때까지 한 이 시공간 유리알의 유희는 막을 내리지 않으며 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완성되고 충만한 듯한 이 세계도 저 자연으로부터 잉태되어진 유리 건물이다. 그것은 유리처럼 투명하기에 한계가 없어 보이지만 어쨌건 조형의 산물이다.
이렇게 무시간적인 근저 위에 지어진 성취된 유한성의 골조 안에서 우리의 삶은 이어진다. 그리고 예술은 자족적인 듯한 삶의 경계를 계시함으로 우리에게 이 삶을 지탱하고 있는 배경의 무한성을 지시하는 지시사이다.
정신(의식)은 뇌와는 다르다. 물론 정신(의식)은 뇌의 산물일 수 있다. 그러나 심지어 뇌가 정신(의식)의 고향이라 하더라도 정신(의식)은 뇌라는 물질의 완고한 사멸성과는 다른 방향을 지향한다. 그것은 사멸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며, 소멸을 넘어 무엇을 갈망하고 향유하며 강도를 추구한다. 정신과 뇌는 심지어 고향이 같더라도 방향이 다른 존재양식이다.
예술은 완고한 유리처럼 지어진 지어진 삶의 직조물이 물고 들어온 어떠한 배경과 흔적에 집중하게 한다. 시공간 안에 있는 우리는 음악을 들으면서 영원의 빛 안의 점으로 현시된다. 예술은 시공간 안의 체험이지만 그들이 우리의 의식에게 전시되는 내용은 시공간과 그 밖의 모호한 경계이다. 예술은 의식에게 의식의 배후를 일종의 오브제로 현시하며 의식은 이러한 체험 속에서 저 자연과 배경의 무한성에 대한 직시를 얻게 된다.
바흐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는 바흐가 생각한 모든 코드를 장악할 수 없다. 그 피아니스트는 바흐 작품의 모든 중층적 코드를 이해하기 때문에 예술로서 현시되는 것은 아니다. 그 무한성에 닿아있는 코드는 피아니스트의 예술적 재현의 한계를 넘어서 바흐를 거쳐 그를 통하여 계속 우리를 향해 전진한다. 예술형식은 복제될 수 있다. 그러나 예술의 메시지는 그 복제를 넘어 지속적으로 영혼을 관통한다. 예술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예술이 아니라, 다 이해할 수 없어도 그것을 궁극적으로는 체험할 수 있다는 성격 때문에 예술이다.
적막한 생활세계에 예술적 작품을 탄생시킨 바흐 마저도 자연의 심층이 현현하는 모든 코드에 대한 완벽한 직시와 조율을 가하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술적 의식성을 넘어서는 무한성에 대한 직시를 그는 의식을 거쳐 담았으며 바흐에게도 그 해독되지 않은 모든 코드는 어쩌면 바흐의 의식 안에서도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영원히 해독되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다 해독하지 못해도 이렇게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다. 아니 체험당하고 있다.
예술의 기원은 영혼과 의식이다. 그 영혼과 의식의 기원을 뇌와 물리적 환경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예술체험의 표면에 대한 진술이 될 뿐, 인간의 본능과도 같은, 향유와 이상을 향해 달려가고 유한성의 본질과 제휴하며 그 경계를 넘어서려는 예술체험의 생기는 결코 핵심적으로 대면할 수 없을 것이다.
예술체험의 근원은 인식의 원천이 되는 저 배경의 압도적 힘의 현시이며,
예술체험의 목적은 인간 내면의 고양된 향유와, 실현과, 갈망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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