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하이데거 전공하시는 교수님과 대화를 하면서,
그리고 몰트만의 신학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이데거와 몰트만의 신학은 결국은 죽음에 대한 궁극적 대면을 바탕으로 존재한다.
신학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존재한다고 값싸게 말하지 말자.
죽음을 성찰하지 못하는 하느님의 영광은 도대체 어떤 의미를 지닌단 말인가.
나는 20세기에 등장하는 죽음과 고난과 십자가의 처형에 관한 모든 철학적 신학적
절망상태와 신의 죽음의 대면이야 말로 수세기 동안 읊어왔던 영광의 신학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시도하였던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절실한 신학적 성찰이었다 생각한다.
십자가와 고난과 죽음의 신학은, 영광의 신학보다 더 좁고 어렵고 힘든 길이다.
그러한 십자가와 고난과 죽음에 대한 처절한 사투를 단지 신앙이 없는 이, 은혜를 모르는 이의
가벼운 투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오히려 어떠한 오해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죽음과 고통과 눈물 없이 어찌 새로운 삶과 희망과 하느님의 영광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철학은 아가페이고 신학은 에로스이다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신학이 죽음을 성찰하는 것은 결코 아가페적이며 값싼 사변에 기인한 운동이 아니다.
그것은 죽음을 성찰하는 것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죽어 없어지고 썩어지고, 희생할 때만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다는 지극히 리얼하고 성실하며 실존적이고, 또한 책임적인 태도일런지도 모른다.
살기 위해서는 죽어야 한다는 말... 논리적으로는 모순이며, 결코 쉬운 말이 아니다.
더 나아가 내가 죽는다는 것이 나중에 새로운 삶을 잉태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모든
예측을 고려하지 않고, 죽음에 대해서 성찰하는 것은, 더욱 슬픈 일이며 어려운 것이다.
아직은 영광과 신학을 같이 이해하기가 어려운 내 절망의 나이 때문일까.
죽음과 신학이 나에겐 어떠한 것보다 아직은 큰 울림과 고민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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