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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호

(2010-02-12 12:23:14, Hit : 2931, Vote :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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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식사

나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피를 마신다.

일찌기 사람의 관념이 우주를 비행하던 시절부터

우리의 의식이 창조를 묵상하던 시절부터

우리들 찰나의 순간들이 종말의 빅뱅을 품고 있음을 인지하던 때 부터

나는 사랑하는 이가 권한 피의 잔을 기꺼이 마신다.

나는 니가 들이키고 있는 비겁의 잔에 대해 관심 갖지 않으려 한다.

자기가 선택한 잔을 마시는 것이 아니겠는가?

네게 날아오는 피잔을 피하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겠는가?

내가 진정으로 동정하는 것은 네 영혼이다.

한번도 동침해 보지 못한 네 헐벗은 자궁을 나는 동정하는 것이다.

네 아름다움은 길가에서 말라죽어가는 바퀴벌레 시체처럼....

네 육체에....꺼멓게 늘어붙어있다.

네 지혜는 오랜 세월 다락방 벽에 붙어있던 거미 허물처럼

네 의식에....허옇게 늘어붙어있다.

개걸스럽게 탐하는 네 양식이 과연 살찌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겠는가?

소란스럽게 먹는다고 해서 힘을 주고 용을 쓰며 우아하게 먹는다고 해서

그 쓰레기들이 갑자기 거룩해지거나 소중해 지지 않는다.

그럴 수 있었다면, 네 몰골이 어찌 이렇게 되었겠는가?

거룩하고 우아하게 먹은지 벌써 몇해인가?

네가 사랑에 빠졌다고 떠벌리고 다닌지가 벌써 몇십년인가?

명확하고도 객관적으로 명료하게, 아주 자명하게

넌 불임이다.

네 몸 속에 투하된 모든 정액은 말라 비틀어진 정복욕들이었을뿐...

네 삶은 그냥 점령 당했었던 것 뿐인게다.

넌 그냥 내갈겨진 화장실이었던 것이다.

뒤낭이 내던졌던 그 변기통 처럼... 아주 레디메이드하게 널부러진 상품이었던게다.

퇴폐적인 아름다움이란 이런 걸 말하는 거다.

오~~ 불쌍한 영혼....

네가 토하는 슬픔은 그냥 오물이다.

그것은 내가 두손을 정성스럽게 모아서 경이로움과 사랑스러움을 충만하게 느끼며

받아낼 만한 귀여운 토악질이 아니라....

진짜 오물이다. 구역질 연쇄반응을 충동하는....

나는 술을 먹지 않고도 이렇게 진상으로 의식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란다.

하나님의 공평하심에 대해 묵상하다가.... 잘 모르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넌 언제즘이면 피잔을 들 것인가?

그 2000원짜리(?) 진로 포도주잔 말고....

피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