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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호

(2003-11-29 16:37:19, Hit : 4221, Vote : 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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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성(性)에 관하여.

몸으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몸은 전에도 말했지만, 이성보다 앞서는 것이다.
그것은 파지, 인지 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몸으로 알게 되었다는 것은 몸이 적응하였다는 것을 말한다.
몸의 앎을 자각하게 될 때, 그 때는 이미 내 몸이 많이 변한 때이다.
변하고서야, 몸이 알고 있음을 우리는 깨닫게 되는 것이다.

몸은 우리들의 인식보다 훨씬 빨리 '경험'하고, 훨씬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안다'.

20세기적인 합리론의 가장 중요한 오류는 무엇일까?
그것이 인류에게 해악과 재앙이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을 무어라 설명할까?

아침 산책을 하며 나는 그것을 생각해보았다.

두시간의 산책......
가파른 산을 30분 정도 올라, 복음처럼 드러나는 평지를 걸으며, 물한잔 마시고, 다시 평화롭게 돌아오며....

생각해 보았다.

몸은 변하는 데에 시간이 걸린다.

한가지를 제대로 숙달하는데에 꽤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것이 끝도 아니다.

할 수 없는 것, 하지 않는 것을 '연역'하여, '명석판명'한 것으로 단정하는 것이든, 제 경험이 최종적인 것으로 '전제'하고, 그 결과로 내려진 '명제'를 '일반화'하는 것이든, 몸의 앎을 경험하며, 보면, 미숙한 것이다. 그리고 위험한 것이다. 그것은 어린아이의 것이다.

오랜 노동으로 숙련된 이들은 말을 조심한다. 저들의 어법을 보면, 쉬이 단정적인 어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말 수가 적은 것도 마찬가지이고....

15년동안 벽돌만 쌓았슈... 저는 아무것도 몰라유.....

그는 벽돌에 대해 거의 다 알고 있었다.

집도 꽤나 지었던 그가 진심으로 하는 말 '저는 아무 것도 몰라유'

몸의 속도와 한계를 삶으로 착실히 경함한 사람의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