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Articles

Name

최성호

(2003-12-06 11:46:30, Hit : 4282, Vote : 406)

Subject

속도에 관하여

빠른 것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문명이다.
속도를 위하여 우리는 많은 시간과 노력과 삶과 에너지를 쏟아붇고 있다.
더 빠르게.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하기 위해 우리가 잃고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길가의 풀 한 포기의 그 애절하고 아슬 아슬한 삶을 향한 몸부림을 묵상할 기회를, 나무로 된 대문의 갈라진 틈에 자리잡은 잠자리 알을 건드려 볼 기회도, 지나는 이 인사하며 얼굴 마주 보며 웃어보며, 잘 지내느냐고 삶은 고구마 내어밀 기회도, 모두 속도를 위하여 반납하였다.

인스탄트 음식을 씹으며 종종걸음으로 출근해서 도데체 무슨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인지, 무슨 소중한 것을 생산하고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여하튼 열라게 바쁜 척하면서 살아가는 도시에서....

나는 '속도'에서 악마의 냄새를 맡는다.

몸의 앎을 묵상하는 나의 작업이 나를 구원에 이르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너무나 느린 내 몸의 현실을 발견하게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사실 그것은 느린 것이 아니었다.

빠르게 달려가서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썩은 내장을 갖고 죽음의 불안이 성욕이 되어 헐떡이는 도시에서,
쉽사리 신적인 진리를 주절 대며 천재의 반열에 올라 보려하던 저 철없던 '어린아이'의 교만에서,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던 저 연약하고 천박한 하얀 손에서,

뼈를 깎고, 근육을 비틀어 맞추며, 떠나서,

오래 전에 죽은 이의 무덤 가를 산책하며,
싱그러운 향기를 내 뿜는 벌거벗은 소나무에 볼을 부비며,
삶의 깊은 맛을 음미하며 발로 걷는 산책....... 그리고 김이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손으로 땀흘려 일하며...... 집을 짓는 것.....

빨리 간다고 빠른 것이 아니고,
말한다고 내것이 되는 것이 아니다.
단어를 외웠다고, 알게 되는 것도 아니고,
쓴다고 그 사태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글은 픽션(fiction)이다.

글이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나, 전기신호에 의해 수천억의 가치(value)가 이동하는 현실을 살아가는 사회에서,

신학자가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의 지식이 결국 우리들의 몸을 건강하게 하는데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때, 그것은 똥보다도 못한 것이다.

그것은 '아마추어'한 것이다.

무작정 빠르게 달리고 싶던 때가 있었다.

그런 아이는 보호받아야 한다. '양육'의 대상인 어린아이가 어른의 몸과 권한을 갖고 설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되는 것이다.

하물며, 신학자일까.......

이민철

속도에 민감한 신학자가 되기를..
속도에는 누군가의 힘이 개입되어 있어서, 이 세상은 반작용에 의해서 움직이는 유한한 세계.
빠름에 법칙에는 반드시 느름의 법칙이 드러나는 법..
우리의 몸 또한 신의 정신이 나를 움직여 거대한 그를, 그러나 작은 나를 깨우는
정신의 속도들..
약한자에게 찾아오시는 구세주는.. 결국 자신의 나라의 평화의 왕으로.. 우주를 자신의 보호
아래에 놓기를 원하시는 그..
한번더 이 세상을 생각하게 한 최성호님 감사드립니다.

2003/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