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껏해야 형이상학은 사랑에 대한 해명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만으로는 사랑을 창조할 수는 없다.
신앙은 세상 가운데 사랑을 창조하게 한다.
종교는 신성의 가치를 인간의 삶과 영혼과 정서 속에
결부시키고 유입시키고 보여줌으로서 인간을 행동하게 한다.
물론 형이상학이나 학문 또한 인간을 '움직'이게 하지만
그것이 형이상학과 학문의 1차적 목표는 아닐 것이다.
형이상학은 사랑을 해명한다.
그러나 신앙은 사랑을 창출한다.
2.
과학적 발견으로 잡히지 않는 그 곳에 대하여
종교는 그것을 '신비' 혹은
신이 거하는 영역이라고 덧칠하지 말자.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과학의 진보는 시간속에서
신의 몸을 갉아먹는 악마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은 실재의 물리적 현상적 표상적 관계에 대한 해명을 시도할 뿐이다.
종교는 인간의 영혼과 정서와 지혜를 기반으로 한 세계의 실재에 대한 고백이다.
오히려 과학으로 잡히지 않는 영역을 '신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종교가 말하는 순간
과학의 패러다임은 제한적이지만 종교는 그 제한성에 환원되지 않는다, 라고 말하는
종교적 사변의 우월주의와 독선을 역설적으로 제시할 뿐이다.
어쩌면 과학은 그가 생명을 다해도 실재의 표상 속에서 실재의 의미를
온전히 해명할 수 없을런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실 실재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과학의 궁극적 과제는 아닐 것이다.
이는 어쩌면 종교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는지도 모른다.
종교가 갖고 있는 신이라는 언어는
우리의 모든 총체적 표상의 근거와,
우리의 삶과 사유와 신앙의 근원적 axiom은 될 지언정
그 신의 '내용'을 종교가 모두 헤아리고 있다는 말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이 진화하듯,
종교도 생명을 다해서 진화할 수 밖에 없는,
당대의 신앙, 그리고 시대의 과제와,
'인간'이라는 근원적 제한성을 지닌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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