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Articles

Name

Geist

(2006-03-11 04:56:27, Hit : 11179, Vote : 669)

Homepage

http://theology.co.kr

Subject

영광의 신학과 십자가의 신학

최성호 님의 글과 어울림 님의 글을 아주 의미있게 읽었다. 나는 이번 한 학기 콜로키움의 텍스트였던 몰트만의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에 대한 인상이 그 글을 읽으면서 생생하게 떠올랐다. 잠시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

1.

몰트만에 있어서 영광의 신학theologia gloriae와 십자가의 신학theologia crusis은 신학의 두 갈래였다. 그리고 몰트만의 전 신학의 중대한 과제 가운데 하나는, 당대까지의 교회의 신앙경험에 있어서 비교적 중요한 의미를 차지해 왔던 "영광의 신학"의 자리에 "십자가의 신학"을 새롭게 세우는 작업이었다. 우선 그는 신학의 두 갈래를 다음과 같은 각각의 근거를 가지고 해명한다.

영광의 신학은 '동일성의 원리'를 기반으로 한 신학이다. 이는 헬레니즘적 사고의 기반으로 한 형이상학의 중요한 바탕이자 사변의 구성원리이다. 자아와 타아, 그리고 여하한 유한자도 결국은 무한자를 이해할 수 있고 이 양자는 '궁극적으로는' 동일하다는 전제 위에서 동일성의 원리가 출현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를 기반으로 '영광의 신학'은 출현한다. 그러므로 이 영광의 신학의 중요한 키워드는, 관조와 관상과, 사변과, 관념일 수가 있다.

2.

그러나 몰트만은 이러한 사고를 배격한다. 이러한 사고는 형이상학적이며 철학적일 수 있어도 신학적일 수는 없다. 사실 신학은 이러한 동일성의 원리가 아닌 '참여의 원리'를 통하여 신과 신성과 절대를 발견해 나아갈 수 있는 학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유한자와 무한자는 '동일한' 관계가 아니라 '역설적' 관계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관조'가 아닌 '참여'를 통하여 인간은 신과 절대자를 인식하고 또한 그 절대자의 의미를 헤아릴 수 있다. 기독교의 진리는 관조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참여를 통해서 얻어진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모든 theoria는 그러므로 신학 안에서는 praxis보다는 근원적일 수 없다.

3.

몰트만은 이러한 기독교의 '비의'를 가장 선명하게 강조하고 '참여'의 신학을 주창한 이로 루터를 제시한다. 루터에게 있어서 <영광의 신학>은 오히려 형이상학적이고 카톨릭적이기도 하며, 그러므로 그에게 개신교 신학, 더 나아가서 궁극적으로 신학의 핵심은 십자가의 신학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십자가의 신학은 신학의 한 부분이 아니라 신학의 전체적인 특성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를 한다.

이러한 루터의 십자가의 신학의 전통을 수용한 몰트만은 그의 신학적 과제의 하나로서 현실세계의 고난의 문제를 해명하고자 한다. 즉 그는 십자가의 신학의 눈으로 현실세계의 고난을 접근하고 바라보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고난은 현실의 한 '장면'이 아니라 신이 세계를 잉태했을 때부터 관통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완전한 신이 불완전한 세계를 만들 수 없다면, 그 불완전한 세계를 '어디엔가' 세우기 위해 자신의 몸을 찢어야만 세계를 잉태할 수 있다. 자신의 몸을 찢는 신의 고난 없이 세계에 대한 사랑과, 그로 인한 세계의 탄생은 불가능하다.

이는 대단한 사변이지만 암시하는 바가 크다. 즉 그에게 있어서 '고난'은 온 존재를 관통하는 삶의 기본적인 존재양식이다.

4.

기독교는 영광의 신학theologia gloriae와 십자가의 신학theologia crusis 양자 모두 조화롭게 중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이는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양 기둥일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개신교가 헬레니즘적 사변과 카톨릭과 모든 전통을 거슬러 독자적인 관점을 갖게 된 그 개신교신앙의 '특이점'은 고난과 십자가에 대한 대단히 적극적인 수용과 해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성호 님은, 일부 한국 교회의 기독교의 십자가 강조가 '신앙인의 그리스도 안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 그리고 십자가의 '짐'이 결국 일부 교회지도자의 '권력형성'에 일조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지적이다.

어쩌면 기독교의 '십자가'는 '신앙인'에만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교회지도자'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세상의 교회가 짊어져야 할 가장 핵심적인 과제이다. 그러므로 십자가의 고난은 사실 말되어진 것보다 더욱 막중할 수 있는, 교회가 몸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가 된다.

십자가를 지는 것이 결국 '고난의 참여'를 통한 '해방'을 맛보기 위해서라고 말할 수는 없다. 바로 이 순간 십자가를 지고가는 우리의 모든 여정은 예비된 영광의 신학을 향한 도상이 되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 또한 신앙의 궁극적 핵심과는 거리가 먼, 댓가를 요구하는 태도일 수 있다.

5.

그러므로 이 양자를 적절하게 고려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일 수 있다. 사실 그리스도인의 실존에 있어서 그리스도의 영광과 그리스도의 고난을 조화롭게 사는 것 또한 그리고 각자 그리스도인이 처한 고유한 그리고 생생한 삶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리라.

그리스도교 신학사에서는 '영광의 신학'에서 '고난의 신학'의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흐르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이 양자에 대한 조화와 구현은 그리스도인의 구체적 실존과 세상의 교회가 서 있는 역사적 경험에 의해 요구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양자에 대한 조화와 강조 또한 이 살아있는 구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밀밭	방명록을 거치지 않고 이곳에서 인사드리게 되는군요. 우연히 발견한 이 신학동네 사이트를 즐겁게 자주 방문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문득 들렀다가 저도 조금 거들고 싶어서 몇마디 끄적입니다. 부활을 기다리는 사순절이라서 그런지 '십자가'와 '영광'의 신학이 유난히 관심을 끌어당겨서요.^^ 참고로 저는 가톨릭이라는 점을 밝혀두고 싶습니다. 가톨릭이라는 점이 나눔에 있어 방해가 되지는 않겠지요? 제가 이곳 신학동네에서 만나는 수많은 개신교 시각에 방해받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선 저는 "영광의 신학와 십자가의 신학, 양자 모두 조화롭게 중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는 전철 님의 시각에 동의합니다. 역사적으로 '영광의 신학'을 강조했던 때가 있었던 반면 '십자가의 신학'에 더 몰입했던 때가 있었다고 봅니다. 가톨릭의 신학은 '영광의 신학'이고 개신교의 신학은 '십자가의 신학'이라는 구분은 빛바랜 역사책의 한 페이지에서나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모두들 알고 있듯이 루터에 의한 종교개혁의 결과는 교회의 분열을 가져왔지요. 한 종파는 다른 종파와의 차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였고, 다른 종파의 다른 점을 부정하는 가운데 자신의 정체성을 주장하려 했습니다. 이른바 가톨릭이란 개신교적이지 않은 것이었고, 개신교는 가톨릭적이지 않은 것이었지요. 요점에서 조금 벗어나는 것이긴 하지만, 오늘날 그와 같은 다름의 신학, 분리주의는 종교간의 대화나 교회 일치운동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리라 봅니다. 무엇보다 하느님은 무한히 열려 있고 막힘이나 닫힘이 없는 분이십니다. 그분에 맞서서 악마는 분열 - diabolos - 을 도모하지요. 저는 지난 역사 속에서나 오늘날 개신교의 신학과 가톨릭의 신학이 강조점을 달리 두고 있는 것을 다양성이라는 점으로 바라보고 싶습니다. 하느님의 외아들인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그의 십자가와 영광 없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십자가만의 예수, 영광만의 예수가 어떻게 가능할까요? 사도들은 부활한 예수의 영광의 빛 안에서 예수의 십자가 삶을 다시 보고 믿을 수 있었습니다. 바울로가 역설한 고난의 예수 역시 부활의 영광에서 비롯한 것이었지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오늘날 한국 기독인의 대다수는 참 십자가를 지는 경험이 없기에 참 부활의 경험도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라는 어울림 님의 토로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십자가 없이는 부활도 없고, 부활 없이는 십자가도 의미가 없겠지요. 십자가를 지면서 영광을 댓가로 바라는 보상심리를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광, 즉 구원의 약속이 있기에 오늘 우리가 십자가를 기꺼이 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초기 교회의 삶은 '서로 다름'(신분, 성별, 기타 등등)이 인정되는 가운데 '서로 함께'(코이노니아) 하는 삶이었습니다. 서로 앞장서서 남을 존경하고(로마 12,10), 서로 받아들이고(로마 15,7), 서로 기다려주고(1고린 11,33), 서로 사랑으로 남을 섬기고(갈라 5,13), 서로 사랑으로 참아주고(에페 4,2), 서로 용서하고(골로 3,13),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야고 5,16)... 이 모든 것들이 십자가의 삶을 가르치고 있는 동시에 영광의 삶 또한 약속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서로 함께' 하는 공동체 안에서 영광은 이미 빛을 발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부활의 영광 없는 십자가는 의미가 없고, 십자가 없는 부활의 영광은 가능하지 않다고, 우선 저 자신에게 되뇌어봅니다.	2006/03/16
지나가다	전철 님, 밀밭 님. 사람들이 왜 교회를 찾는다고 생각하세요? 님들의 논쟁은 실제 교인들의 삶과는 거리가 떨어져 보입니다. 먼저 그 이유부터 찾고나서 논의를 하심이 좋을 듯합니다.	2006/03/20
Geist	지나가다 / 아주 좋으신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님의 지적을 고맙게 받아들입니다. 감사합니다.	2006/03/20
해방	지나가다/ 사람들이 교회를 찾는 것은 탐심 때문이지요. 물질에 대한 탐심이든, 정서적 안정에 대한 탐심이든, 윤리 도덕적인 삶에 대한 탐심이든, 구원을 소망하는 영적인 탐심이든 그들의 불타는 탐심에 보조를 맞춘다면 교회의 지도자나 신학자라고 할 수 없겠지요. 그 탐심에서 그들을 해방시켜 주는 것이 교회의 지도자의 자세이고, 또 그들에게 하나님의 뜻을 계속 찾아 알려주어야 할 신학자의 의무입니다. 하나님은 렘33:3에서 하나님께 와서 부르짓는 자들에게 그들이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일을 보여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들의 탐심을 채워주겠다는 말씀이 아닌 것이지요. 사40:6-8에서는 위로의 말이란 그들의 육신적인 삶이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마르고 시들게 된다는 소식이라고 하십니다. 십자가에서의 자기 부인이야말로 십자가를 지는 삶의 첫 과정이지요. 실제 교인들을 십자가에 매달려 죽게 인도하는 것이 교회 지도자들의 사명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를 위해서는 말씀의 연구가 다소 현학적으로 보일지라도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2006/08/09
박영식	오랜만입니다. 좋은 글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저는 늘 theologia crucis를 기독교 신학의 본래적 자리라고 믿습니다...ㅎㅎㅎ.	2006/10/29
midbar	윗분들의 이해에 대해 코멘트: 십자가를 고난으로 보고, 부활을 영광으로 보는 것은 이분법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요? 요한복음같은 경우, 십자가에 달리는 것이야 말로 영광을 받으시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부활 자체도 단순히 영광과 고난의 대조관계에서 이해하지 말고 하나님의 법정승리로 이해한다면, 예수님의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이 거짓된 것이 아닌 참된 진리의 길임을 정당화하는 신의 최종적인 판결이 됩니다. 십자가의 길은 고난이냐 영광이냐의 이분법틀 속에서 이해하지 말고 진리의 길이냐 거짓의 길이냐의 사법적 관점에서 이해한다면, 십자가야 말로 하등 회피할 이유가 없는 모든 자들이 마땅히 걸어가야할 생명의 길이며 진리의 길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부활이라는 영광을 얻기 위해(목적론적으로) 십자가를 지는 것일 뿐이라면, 또 하나의 인간의 구차한 탐욕의 새로운 발현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십자가의 길은 그 자체로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생명의 길이지만, 비그리스도인들에게도 역시 인간문명의 탐욕에 젖은 모든 지구공동체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므로 아주 의미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2006/11/15
ks	midbar님의 글/ 참 좋아요! 아주 적절한 그리고 예리한 지넉이고 통찰력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이런 관점에 서기가 쉽지 않지요...	2007/01/12